의인은 그 육축의 생명을 돌아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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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그동안 밀린 집안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군전도를 위해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육체가 원하는 것은 잠자고 쉬는 것이지만 속사람은 육체를 쳐서 복종시키기를 원했다. 나는 요즘 군대에 보낸 아들이 너무나 그리워 병사들을 내 아들 만나는 심정으로 부대에 간다.
부지런히 서둘러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성경을 꺼내어 읽고 있는 나에게 옆에 앉은 아저씨가 말을 건냈다.
“저, 성경을 많이 아는 것 같은데 한 알의 밀알이 어디 있수?”
나는 요한복음 12장 24절을 찾아 읽어드리며 “그 뜻을 아세요?”라고 물었다. “예수님 같은데, 난 성경을 깊이 몰라. 교회는 열심히 다니는데….”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 받으면 성경을 깨달을 수 없지요”를 시작으로 복음을 전했다. 아저씨와 말씀을 나누는 사이에 내릴 역에 도착하여 전화번호를 적은 전도지를 주고 헤어졌다.
군복음을 전하는 형제님 댁에 도착했을 때 반갑게 맞이하는 자매님은 소파에 앉는 나를 보며 “잠깐만이라도 좀 누워서 쉬세요” 하며 부지런히 저녁준비를 했다.
조금 있으려니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형제님이 애완용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들어오셨다. 자매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개를 만져주며 예쁘다고 하셨다. 개를 사랑하는 두 부부의 모습이 순전하고 깨끗한 어린아이 모습 같아 보였다.
“이 개는 주인 잃은 개라고 관리소 아저씨가 얘기해 주셨는데 나를 보더니 막 따라오잖아. 그래서 부대에 갖다 주려고.”
“왜요, 집에 있는 개는 양털처럼 희니까 ‘너희 죄가 양털같이 희어질 것이요’라는 말씀을 묵상하시고 이 개는 노란색 털을 가졌으니 솔로몬의 성전의 금을 생각하면서 키우면 어때요?”
우리는 웃으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개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개는 얌전히 있었고 자매님은 여전히 개를 만져주며 사랑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만날 병사들 이야기를 하며 갔다. 그런데 좁은 차 안에는 어느새 개 냄새가 가득 찼고 비위가 약한 나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일행인 자매님 한 분이 귤을 사가지고 오셔서 나누어 먹게 되었다. 개를 쓰다듬고 있던 자매님이 얼른 귤을 까서 형제님께 드리니 형제님은 “당신 손으로 개 만졌잖아요” 하며 거부하셨다. 그러자 자매님은 “하나님 말씀에,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고 나오는 것이 더럽다고 하셨지요” 하셨다. 자매님께서 정말 편안하게 귤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도리어 내 자신이 그 말씀으로 다시 자신을 살피며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주인없는 개라서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개에 대한 말씀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방인이요,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신 하나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어느새 산을 굽이굽이 돌아 깊은 산골 부대 내무반에 들어와 있었다. 먼저 주님 앞에 대한의 건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룹으로 나누어서 복음을 전하게 되어 내가 맡은 영혼은 다섯 명이었다. 모태신앙인도 있었고, 주일학교 때부터 다녔던 사람도 있었고, 신학을 하는 중에 군복무에 임한 자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죄문제를 호리라도 다 갚았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었고 율법에 매여 종노릇하고 있었다.
나는 마태복음 10장 5,6절의 “가라사대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차라리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는 말씀대로 오랫동안 종교생활 가운데 율법에 매인바 되어 길 잃고 있는 이들에게 은혜의 참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들은 병사들은 어느새 전도서 8장 1절 말씀대로 “지혜가 들어가니 사나운 것이 변하여 광채가 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영혼을 다루는 의사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기쁨이었다. 또 그들이 은혜 안에 들어가 하나님께 드리는 그 기도는 자신들만 기쁜 것이 아니라 전한 자를 기쁘게 해주기에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를 돌리며 육체를 쳐서 복종시킨 것으로 인해 감사가 되었다.
전도를 마치고 개를 부대에 맡겨야 하는데 개를 부대에서 키울 수 없다는 말에 우리는 다시 개를 데리고 와야만 했다.
냄새나는 개를 좁은 차 안에서 함께 동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간 지점에 평소 물떠오던 약수터로 가서 개를 키울 사람이 있나 찾아보기로 했다. 그 곳은 어두운 밤인데도 물 길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형제님이 차에서 내려 그 사람들 가까이 가서 “저, 예쁜 애완용 개가 있는데 개 키우시겠어요?” 하고 말을 건네자 그들 중에 한 분이 키우겠다고 나섰다. 얼굴을 보니 나이는 삼십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었다. 개는 어느새 눈치 빠르게 새 주인 곁을 빙빙돌며 재롱을 부리고 있었고 자매님은 새 주인이 남자분이라 혹시 잡아먹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로 차에서 다시 내려 그 남자분에게 잡아먹지 말고 잘 키워줄 것을 당부하고 돌아왔다.
“부비가 더 들면….” 마치 강도 만난 사람을 사마리아 사람이 돌볼 사람에게 부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새 주인을 만나서 사랑받으며 편안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 속에서 자매님은 잠언 12장 10절 말씀을 들려 주셨다.
“의인은 그 육축의 생명을 돌아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전도하랴, 길 잃은 개 주인 찾아주랴 바쁘게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본받고 따라가고 싶은 믿음을 만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렸다. 개를 통해서 과거에 내 모습을 돌아보니 나를 인도한 자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자매! 처음엔 들나귀같더니.”
능히 짖지 못하던 개, 사망의 냄새를 풍기며 이방인으로 짐승처럼 살았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던 내 영혼을 만나주시고, 많은 영혼을 주님께 인도할 수 있도록 군전도를 통해서 대한의 건아들에게 마음 눈을 밝혀주는 복음의 증인으로 사용해 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만물의 피곤함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루 속에서 나의 이름을 하늘에 영원히 기록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199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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