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징검 다리
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theWord Bible Software

Category

2013. 6. 24. 12:28 횃불/1993년

그래도 너는 낫다

계경자

 

3 1일 휴일, 우리 두 아이들이 네살 다섯살이던 해였다.

교회 청년회를 맡고 있던 남편은 청년들과 함께 등산을 갔고, 나는 두 아이와 함께 집에 남았다.

결혼 초만 같았어도 이런 경우 내가 먼저 서둘러 따라갔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두 아이를 다 데리고 등산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리고 힘들어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또 누구에게 맡겨 봐 달라고 하기에도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 둘씩이나 되니, 집 앞 구멍가게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걸릴 등산인데, 그 일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날 등산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여 남편을 떠나 보내고 나는 아이들과 집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마음 상하는 일이다.

전에 같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싫었고,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등산을 가버린 남편도 싫었다.

결혼 전, 우린 같은 교회에 있었다. 그래서 교회생활 거의 대부분을 함께 했었다. 학생회 교사로 함께 일했고, 청년회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같이 청년회에서 등산을 하게 되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우린 함께 모여 등산에 필요한 것들을 의논하면서 준비하였고, 그래서 우린 이미 등산을 가기 전부터 마음이 들뜨게 되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등산이라 해도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즐기며 다녀오곤 했었다.

이렇듯 즐거웠던 지난 날들이 스쳐 지나가니 마음은 더욱 울적해졌다. 밖은 밝게 개인 봄날이었으나, 나의 마음은 소낙비를 쏟아 부을듯한 먹구름을 잔득 싸 안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이런 기분과는 아랑곳 없이 두 아이의 재잘댐과 칭얼거림은 계속되었고, 나의 몸은 여전히 아이들 곁에서 분주하게 방과 부엌 사이를 왕래해야 했다. 이런 경우에도 그 옛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 가리라고 하신 말씀을 감히 적용해도 되는 걸까 혼자 생각하며 드디어 딩동벨이 울리고 남편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아빠다하고 반가와 현관으로 달려 나가는 만큼 나도 반가웠으나 부러 내색을 않고 이렇도록 속상한 내 마음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뿌루퉁한 표정으로 현관을 열었다.

그런데, 차마 하루 종일 등산하여 지친 모습으로 들어선 남편의 얼굴을 대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냥 혼자서 마음을 달래며 저녁상을 준비할 수 밖에····이런 속상한 마음을 털어버리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다. 시댁에 일이 있어 시어머님을 뵈러 부천엘 갔다. 어머님께서는 아직 출가하지 않은 막내 시누이, 시동생과 함께 살고 계신다.

나는 언제나처럼 하루하루 아이들과 지내는 얘기들을 어머님께 말씀 드리다가, 그 날, 그 휴일 아이들 때문에 등산을 가지 못해 속상했던 일이 생각나 그 얘길 꺼내었다.

잠자코 듣고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더니, “, 너는 그래도 아이들하고나 함께 있었지. 난 그날 하루종일 혼자 있었단다하셨다

3 1. 모처럼의 휴일, 어머니께서는 오랫만에 자녀들과 함께 오붓하게 하루를 보내리라 생각하셨으나, 자녀들의 계획은 달랐다. 나도 결혼 전에 매일의 직장 생활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종종 그러했듯이, 그들은 느즈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침 겸 점심을 한술 뜨고는 약속이 있다며 나가더란다. 결국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시며 혼자 저녁식사를 하셔야만 했노라며 그래도 너는 낫다 애들하고나 있었잖니. 그 애들 조차도 함께 할 수 없는 날이 오면 얼마나 섭섭한지 아니?”하셨다.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며, 시누이 시동생의 얘기가 아닌 바로 전날의 나의 모습을 보는듯 해 너무나 송구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맏며느리로서 남편의 직장 때문에 분가하여 따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자주 찾아 뵈어 적적한 마음을 위로해 드리지 못함이 더욱 죄송스러워 할 말을 잊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언젠가 읽은 책 중에서 성숙과 미숙을 설명한 글이 생각났다. 성숙한 마음은 이기심 없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했고, 미숙은 이기심 가득함으로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를 평가해 보려면 얼마나 나이를 먹었느냐가 아니라, 내 속에 얼마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위하는 마음이 있는가를 자문해 보라 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나의 주변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또 시어머님께 조차도 나를 이해해 달라는 구호만 내걸고 있었으니 성숙의 지경에는 아직도 멀었구나 싶어져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주님! 이젠 저도 좀 달라져 보이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미숙을 벗고 성숙함을 덧입고 싶습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님! 저는 지금껏 주변을 돌아보며 저를 이해해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제 주변을 돌아보기 원합니다.

 

자녀들을 향해,

엄마가 얼마나 바쁘고 피곤한 지를 이해해 달라고 짜증섞인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내 곁에서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나의 자녀들의 칭얼거림을 귀찮아 하지 않고 그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들을 이제는 즐길 줄 아는 성숙한 어미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을 향해서도

내가 얼마나 외롭고 연약한 지를 이해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대신 당신이 저를 기왕에 돕는 자로 지으신 그 지으심의 목적대로 남편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 됨으로 그를 위하여 돕는 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성숙한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어머님을 향해서도

언제까지나 어리광만 부리는 철부지로서가 아니라 그 어려웠던 시절 자신의 안락은 조금도 돌아보지 않으신 채 저희들을 돌보며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님의 노고에 감사하며 위로해 드릴 수 있는 성숙한 딸이자 며느리가 되고 싶습니다.

 

주님! 이제 저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짐으로써

나 외에 다른 이를 생각하며 도울 줄 아는 성숙한 당신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이제는 저도 어린 티를 벗고 의젓해지고 싶어서랍니다.

 

이렇게 기도하다 말고 어디메쯤 왔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나의 두 꼬마들은 하루 종일 할머니 곁에서 재잘대며 재롱을 피우느라 피곤했기 때문일까 이미 내 양 어깨 밑에 기댄채 잠들어 있었고, 어두워진 서울의 밤길을 달리던 전동열차는 어느덧 우리의 작은 쉴 곳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1993 3월호)

 

'횃불 > 199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적인 회복  (0) 2013.06.24
예배(1)  (0) 2013.06.24
어느 강도의 구원  (0) 2013.06.24
어느 병실에 걸린 시  (0) 2013.06.24
요한계시록 강해(3)  (0) 2013.06.24
달리다굼!  (0) 2013.06.24
범사에 감사하라  (0) 2013.06.24
속아 사는 인생들이여!  (0) 2013.06.24
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