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여인들(5) - 라헬과 레아(2)

성경의 여인들(5)

아스라엘 열두지파의 어머니들

라헬과 레아(2)

- 에디쓰 딘 -

그의 사랑하는 아들 요셉이 태어난 후 야곱은 고향에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약 20년 동안이나 메소포타미아에 머물고 있었으나 쉬 떠날 수 없었다. 당시의 관례에 따라 라반이 그의 자녀들과 두 아내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야곱은 많은 가축과 양떼를 소유할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특한 수완을 동원한 끝에 그는 몇 년 후 엄청난 가축을 거느리게 되었다.

처음으로 우리는 두 아내, 라헬과 레아가 일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부친에 대한 반발로 인해 거리낌없이 서로 손을 잡게 되었다. 야곱은 그들을 들로 불러내어 라반이 그의 딴을 열번이나 변역한 일과 갈수록 많아지는 그의 가축떼를 시기한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친족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신 일도 들려주었다.

이에 라헬과 레아가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우리 아버지 집에서 무슨 분깃이나 유업이나 있으리요 아버지가 우리를 팔고 우리의 돈을 다 먹었으니 아버지가 우리를 외인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에게서 취하신 재물은 우리와 우리 자식의 것이니 이제 하나님이 당신에게 이르신 일을 다 준행하라”(창 31:14~16).

야곱은 혼자 결정하지 않고 아내들과 상의했는데 이는 그가 다른 족장들과 마찬가지로 아내와 상의함 없이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라헬과 레아는 스스로를 남편과 동등한 자로 간주했다.

그의 장인이 양털을 깎으러 멀리 나갔을 때 야곱은 두 아내와 열 한 자녀와 가축과 양떼와 종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있는 그의 고향으로 출발했다. 그들은 야곱의 조부 아브라함과 조모 사라, 그리고 모친 리브가가 밟은 동일한 계곡을 지나고 동일한 산들을 넘고 동일한 끝없는 사막을 통과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3일이 경과하자 라헬과 레아의 부친이 야곱 일행이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곧 그들의 뒤를 쫓았으며 7일째에 길르앗 언덕에서 야곱과 그 일행을 따라잡았다.

라헬에게는 야곱이 모르는 비밀이 한가지 있었다. 그녀는 야곱의 하나님을 믿지 않는 그녀의 부친이 섬기던 가족의 우상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왜 그녀가 그것을 가지고 왔을까? 아마 라헬은 남편의 장래의 번영을 보증하기 위해 부친의 집에서 그것을 훔쳐온 듯 했다. 그녀는 그것이 그것을 소유한 자에게 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 가족 신(神)은 야곱이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재산까지도 보증해줄 듯 여겨졌다.

라헬의 행동은 레아의 행동과 매우 대조된다. 우리는 레아가 과연 물질적인 상속에 관심이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과연 어디를 가든지 우상 대신에 야곱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견지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녀는 그의 부친이 뒤따라 와서 우상을 도난 당한 일로 인해 두 딸과 그들의 자녀를 잃는 것만큼이나 분개해 하며 소리지를 때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야곱은 라헬이 우상을 소유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까닭에 격노한 장인에게 “외삼촌의 신은 뉘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라고 대답했다(창 31:32)

라반은 그의 우상을 찾아 레아, 라헬의 순으로 장막을 샅샅이 뒤졌다. 라헬의 장막에 이르자 그는 그녀가 약대 안장 위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거기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고 부친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침 경수가 나므로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창 31:35). “경수(經水)”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해석 자의 성경”(The Interpreters Bible)은 이 부분에 대해 “그녀가 의식적으로 부정한 상태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레 15:19~23). 라헬은 불결한 중에도 그 우상 위에 앉아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것은 그녀가 그 우상의 능력을 얼마나 두려워하지 않았는가를 보여준다. 그녀의 행동은 분명 모순된 것이었다.

후에 우리는 야곱이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져온 모든 이방 신상을 세겜상수리 나무 아래 묻었음을 볼 수 있다(창 35:4).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라헬이 이제 야곱과 같이 메소포타미아의 이방 신이 아닌 여호와를 믿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해 준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녀가 야곱의 사랑을 그토록 독차지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라헬의 행동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는 그러한 다양한 해석이 요구되는 요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야곱은 20년 전 고향을 떠날 때 그의 생명을 위협했던 형 에서를 두려워하여 가나안 지경 가까이 이르자 가족의 안전을 생각했다. 그는 라헬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인해 그녀와 요셉을 가장 안전한 자리에 위치시켰다. “여종과 그 자식들은 앞에 두고 레아와 그 자식들은 다음에 두고 라헬과 요셉은 뒤에 두고”(창33:2), 그가 이렇게 한 것은 라헬이 아이를 가진 점을 고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의 예상과 달리 에서가 그를 맞으러 달려와서는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비록 그녀의 남편과 그의 형이 화해하는 것을 보고 라헬이 기뻐했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주변에 늘 근심의 그림자가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대하게 된다. 얼마 안되어 그녀의 시모(媤母)의 유모이기도 했던 그녀의 유모 드보라가 죽어 벧엘 아래 상수리 나무 밑에 장사되었다(창 35:8). 혹시 드보라가 산파로 일하며 야곱의 거의, 혹은 모든 자녀를 받지 않았을까? 이제 라헬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는 까닭에 새 유모에게 자신을 맡겨야 했다.

레아 역시 가슴 아픈 일을 겪게 되었다. 일행이 세겜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녀의 딸 디나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을 당했던 것이다.

일행이 에브랏 가까이 이르렀을 때 라헬은 난산(難産) 끝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성경에서 아이를 낳다가 죽은 첫번째 여인인 그녀는 죽어가면서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 즉 “슬픔의 아들”로 부르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의 부친이 그를 “베냐민”, 즉 “오른손의 아들”로 불렀다. 그리고 이 베냐민의 출생으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머리가 될 야곱의 열두 아들들의 수가 채워지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나로 자식을 낳게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고 한 라헬의 이전 호소를 다시금 듣는 듯 하다. 그녀의 참을성 없는 호소가 들은바 되고 응답된 것은 아닐까? 라헬에게는 자식과 함께 죽음이 주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구하는 것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야곱은 라헬의 묘에 비를 세웠는데(창 35:20) 이는 다시금 그녀에 대한 그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지금도 베들레헴 외곽에 그 자리가 표시되어 있는 그 묘는 성경에 언급된 가장 오래된 여인의 단독묘비이다.

야곱은 첫눈에 라헬을 사랑했으며 또한 죽을 때까지 그녀를 사랑했다. 그는 오랜 후에 “내가 거기서 그를 에브랏 길에 장사하였느니라”고 술회함으로써 라헬에 대한 마지막 가슴 아픈 언급을 남겼다(창 48:7).

이로부터 약 10세기가 지난 후 예레미야는 북왕국 백성들이 비참한 지경에서 추방당하는 모습을 묵상하며 그들의 옛 어머니 라헬이 그녀의 무덤에서 애통해하는 음성을 들었다(렘 31:15). 그리고 라헬이 죽은 지 17세기가 넘어서 마태복음 2:18은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라고 기록했다. 라마는 유다와 이스라엘의 경계에 있는 마을이었다. 여기서 다시 라헬이 무덤에서 소리를 발하며 그 아들들을 잃는 온 땅을 바라보며 애곡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라헬이 누린 영예와 축복은 많았다. 한편 사랑 받지 못하고 찾은바 되지 못하고 기대되지 못한 아내 레아가 말년에 받은 축복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마지막에 어떤 보상을 받았는가? 성경은 그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보여주지 않지만 그러나 그녀가 라헬보다 오래 산 점으로 보아 우리는 그녀가 마침내 야곱의 첫 아내의 위치를 차지하고 남편과 더불어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삶을 함께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야곱은 이제 의지할 아무도 없는 까닭에 레아의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레아의 아들 유다에게서 유다지파가 생겨났으며 이 지파에서 예수님을 낳은 보아스, 이새 및 다윗의 계보가 생겨났다(눅 3:23, 31~33). 그리고 그녀의 아들 레위에게서 제사장 가문이 생겨났다. 비록 세겜족에 대해 큰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는 후에 제사장직을 대표하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게 되었다.

룻기 4:11에서 레아는 “이스라엘 집을 세운” 자로서 라헬 다음에 위치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의 모든 죄와 훼방은 사하심을 얻되 성령을 훼방하는 것은 사하심을 얻지 못하겠고 또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마 12:31,32). ♠

 

(199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