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성경책
정 관 식 (일산교회)
얼마 전 나는 문득 내 오래된 성경책의 얇은 종이의 느낌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뒷장의 글씨가 보일 듯한 우유빛의 얇은 종이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그 안에 무수히 들어찬 하나님의 말씀을 볼 때 일어나는 상쾌한 기분은 참으로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우유빛 종이 위에 그려져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할 때면 내 작은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아이의 눈망울이 된다.
수많은 장난감에 둘러싸여 마냥 행복해 하는 여섯 살 장난꾸러기처럼 그런 순수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내 오래된 성경책은 빨간색 밑줄, 파란색 밑줄, 검은색 동그라미, 그리고 작은 글씨, 큰 글씨로 얼룩져 점점 낡아지고 헤어져 궁색해 보이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대형서점에 고급스럽게 진열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값나가는 다른 것들과 바꿀 수 없는 더욱 귀한 것이다.
내 오래된 성경책은 내가 그 우유빛 종이 위에 밑줄을 긋고, 나 자신만이 아는 그림을 그려 낡고 궁색하게 만들어도 오히려 그것으로 더 기뻐하며,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즐거워하기를 더 갈망한다.
내 오래된 성경책은 내가 먼 길을 떠난 후에도, 또한 피곤한 육신이 쓰러져 잠이 들어도, 무엇에 정신이 팔려 거들떠보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그 곳에 있다. 내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항상 내 작은 책상 한 쪽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문득 내 시선과 마주칠 때면 나에게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조용하고 분명히 기억하게 한다.
하나님은 나에게 오래된 낡은 성경책을 친구로 주셨다. 가장 정직하고 신실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나를 하나님의 은혜로 인도하는 좋은 친구로 주셨다.
내 오래된 성경책은 오늘도 자기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려는 나를 기다리며 조용히 내 작은 책상 한 구석에 놓여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2001년 1월호)
'횃불 > 200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의 열매 (0) | 2015.08.20 |
---|---|
그의 피를 인하여 (0) | 2015.08.15 |
그리스도인들의 자유 (0) | 2015.08.15 |
영생의 말씀이 계시매 (0) | 2015.08.15 |
아내의 손 (0) | 2015.08.15 |
롯의 선택 (0) | 2015.08.12 |
하나님의 교회 - 분리 (0) | 2015.08.12 |
보혜사 성령님 (0) | 2015.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