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너무하십니다.
- 최 일 주 -
우리 가족이 1박 2일간의 서울지역 모임 말씀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려 할 때 주님께서는 개인택시를 하시는 어느 형제님의 마음을 감동하사 직접 공주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셔서 운전하시는 형제님 부부, 우리 세 식구 나란히 성도님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차에 탔다. 그러나 내 마음엔 이곳 서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척(咫尺)에 사랑하는 부모님이 살고 계셨기 때문이다. 형제님께 잠깐만 부모님 모습만 뵙고 가면 안되 했느냐고 여쭤보았다. 형제님은 쾌히 승낙하셨다.
우리 일행은 부모님의 가게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나와 찬미만 내렸다. 정육점에 잠깐 들러 고기를 사 가지고 헐레벌떡 가게문을 열고 들어간다. 야채를 팔고 계시던 부모님께서 갑작스런 방문에 의아한 표정으로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셨다. 난 교회를 방문하고 집에 내려가다가 잠깐 뵙고 싶어서 들렸다고 말씀드렸다. 내 아래 남동생이 물었다.
“누나 매형도 오셨어?”
“응 같이 오셨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 이젠 매형도 받아 주세요. 아버지, 매형 여기로 모셔 올까요?”그러나 아버지는 묵묵부답(默默不答)이셨다.
난 사온 고기를 엄마 손에 쥐어주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부모님 가게를 나왔다. 엄마가 내 뒤를 따라 나오시자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형제님이 나오셨다. 엄마는 또 울먹이시면서 형제님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다. “자네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게.”
난 더 이상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어 얼른 인사를 하고 차에 탔다. 조금 가다 뒤를 돌아보니 오늘따라 더 야위어 보이는 엄마의 축 늘어진 어깨가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엄마도 뒤를 돌아다보시면서 눈물을 훔치셨다.
차 안에서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불쌍한 부모님 가슴에는 큰 못이 박혀 있습니다. 주님만이 그 못을 빼실 수 있습니다. 불쌍한 부모님을 속히 구원해 주세요.”
그런 후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면서 공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를 태워다 준 형제님 부부는 우리를 내려주시고 조금 후 서울로 가셨다. 우리 부부는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아 잠을 청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난 이 늦은 시간에 어디서 전화가 왔을까 생각하며 졸리운 눈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누나야? 나 성문이야. “
수화기 저편에서 동생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웬일이니? 이 늦은 시간에.”
“아버지가 누나 바꿔달래.”
난 정신이 번적 났다. 잠시 후 잔뜩 화가 나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주냐? 넌 언제나 철이 들래. 나이 서른이 넘으면 철이 들 때도 됐는데 넌 언제나 철이 들려고 그래, 엉! 너 때문에 맘대로 어디 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뭐 어디가 잘 났다고 데리고 왔어, 엉! 너하고 찬미만 오랬잖어. 어디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데리고 와. 그런짓 할려면 너도 친정에 오지 말고 발길 뚝 끊어. 꼴도 보기싫어 전화 끊어!”
아버지는 술이 잔뜩 취한 상태에서 전화를 하신 것 같았다. 난 망치로 머리를 세차게 맞은 것처럼 멍한히 그저 수화기만 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편과 함께 친정 집 근처까지 왔다는 이유로 화가 나신 것이었다. 평소에도 아버지는 친정엔 나와 찬미만 늘 왔다 갔다 하라고 친정 갈 때마다 강조하셨다. 그래서 어린 찬미는 늘 아빠, 엄마와 함께 외갓집 가는게 소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가슴을 치며 울고 또 울었다. 너무도 슬펐다. 아버지가 너무도 야속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살아온 지 10여 년, 이제 받아주실 때도 되었는데···· 외모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시다니····육신의 장애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남들보다 조금 불편할 뿐인데····오히려 정신적인 장애가 정말 장애인데····.
울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처음엔 아버지가 야속하더니 이젠 주님이 야속했다.
“주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주님이 내게 이 고난의 길을 가라고 하셔서 이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부모님을 구원해 주셔야 되지 않습니까? 10여 년 넘게 기도해 왔는데 이젠 구원해 주셔야 되지 않습니까? 주님 앞에 순종한 자녀의 기도를 안 들어 주시면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시렵니까? 불순종한 자녀의 기도도 들어주시면서 왜 주님 뜻대로 사는 자녀의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겁니까? 이젠 친정 부모님 입에서 ‘네가 가는 그 길을 이젠 내가 알 것 같구나. 내 사위가 그렇게 훌륭한 하나님의 종인 줄 이제 알았다. 그 고난도 참고 불편한 몸으로 주님과 영혼들을 위해 살다니 내 사위가 참 훌륭하구나’ 이런 고백이 있도록 구원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난 흐느끼면서 띄엄띄엄 기도했다.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내 마음을 모두 쏟아놓았다. 기도를 마친 후 난 주님의 음성을 듣길 원했다. 긍휼과 자비가 풍성하신 주님은 내 눈물의 기도를 외면치 않으셨다. 나는 성경을 폈다. 내가 편 곳은 히브리서였다.
“전날에 너희가 빛을 받은 후에 고난의 큰 싸움에 참은 것을 생각하라”(히
이 짤막한 주님의 말씀은 나로 하여금 지난 날들을 다시금 기억나게 했다. 형제님과 결혼한다고 매를 맞고 방에 감금되기도 했고, 머리도 뽑히고, 땅바닥에 개처럼 질질 끌려 다니기도 하고 구원받은 후 예수님 믿는다고 아버지가 도끼로, 낫으로 얼마나 죽이려고 했던가? 난 이 모든 핍박을 주님께서 함께 하심으로 능히 다 견디지 않았나····.
전날을 기억하면서 다시 말씀을 보았다.
“오직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저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의인은 믿음으로만이 산다고 확실하게 주님은 말씀하고 계셨다. 주님의 말씀은 계속 되었다.
믿음으로 더 나은 제사를 드린 아벨, 죽음을 보지 않고 하늘로 옮겨진 에녹, 믿음으로 나이 늙어 잉태한 사라, 또한 이들을 위해 한 성을 예비하셨다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그리고 모세의 믿음을 말씀하셨다.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주심을 바라봄이라.”
하나님의 사람 모세도 우리와 같은 몸을 지닌 똑같은 분이었지만 그분은 고난받기를 더 좋아했다는 말씀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님은 주님 때문에 고난의 삶을 산 선진들의 삶을 보여주셨다.
“저희가 믿음으로 나라들을 이기기도 하며 의를 행하기도 하며 약속을 받기도 하며 사자들의 입을 막기도 하며 불의 세력을 멸하기도 하며 칼날을 피하기도 하며 연약한 가운데서 강하게 되기도 하며 전쟁에 용맹 되어 이방 사람들의 진을 물리치기도 하며 여자들은 자기의 죽은 자를 부활로 받기도 하며 또 어떤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악형을 받되 구차히 면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어떤 이들은 희롱과 채찍질 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험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도다) 저희가 광야와 산중에 암혈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 이 사람들이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증거를 받았으나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을 예비하셨은즉 우리가 아니면 저희로 온전함을 이루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히
이 말씀을 통하여 난 심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끝으로 주님은 히브리서 12장 1~4절 말씀을 주셨다.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우편에 앉으셨느니라.”
주님의 사랑 앞에 난 감사를 드렸다. 주님은 내 기도에 분명히 말씀을 통하여 대답해주시었고 난 주님의 자상하신 말씀 앞에 큰 위로와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난 믿음으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고 하신 약속의 말씀을 믿고 의지하면서.
주님은 주님 이름 때문에 흘린 많은 눈물을 친히 닦아 주실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며 인내하자.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
(199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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