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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 다리
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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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6. 12:46 횃불/1986년

어느 금요일 오후

-어느 독자로부터

여기는 민방위 본붑니다.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 경계 경보를 발령합니다.”

점심 식사를 끝낸 후, 조용한 사무실에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몸도 마음도 노곤하여 원고를 몇 페이지 읽었지만 머리엔 정리가 되지 않고 졸음을 이기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음악이 끊어지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올렸습니다. 조금 후에, “여기는 민방위 본붑니다. 여기는 민방위 본붑니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경계 경보를 발령합니다.”

멍청해진 채 “15일 민방위 날도 아닌데 웬일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방송은 이 방송은 실제 상황입니다.”라며, 대피할 것을 알리는 방송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놀란 마음으로 서성거리다가 책상에 다시금 앉았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떤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의 마음이 요동치 않고 침착할 수 있기를 기도할 수 밖에는. 기도 중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경보도 지난 번처럼 별일 아니거나, 아니면 이어서 폭격이 되고 오늘이 전쟁의 시작이 될 수도‥‥이러한 생각은 저의 마음에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평소에 성실치 못한 저의 생활을 돌아보며, 현재보다 더 어려워지는 내일이라면 난 과연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어제 출근길에 전철에서 읽었던 시베리아의 불꽃중에서 지하 인쇄소에서 일하던 자매가 떠올랐습니다.

오르가 · 니코라 자매.

자신의 삶을 다 포기하면서 지하에서 10여 년을 지내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인쇄하는 일로 자신의 삶을-생애 마지막까지를- 바친.

그는 병 중에 이렇게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나의 의사는 예수님입니다. 나는 나의 생명을 이분께 드렸습니다.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성경, 나의 연약한 이 몸으로 인쇄한 이 성경은 우리나라에 큰 축복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성경을 통해서 믿음으로 인도되는 모든 사람들로 인해서 기뻐합니다』

그녀의 이 마지막 말은 나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주님. 햇볕을 볼 수 없는 지하에서의 10여 년의 생활에 비하면 저는 얼마나 훌륭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안락합니까? 주님, 당신의 저에 대한 이런 사적인 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얼마나 쉽게 불평하며 안일과 나태에 빠져 버리는지요. 이러한 자에게 다시금 귀한 성도의 삶을 통해 교훈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도를 마칠 무렵, 다시금 이어지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민방위 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조금 전, 서울· 인천 · 경기 지역에 발효되었던 경제 경보는 중공기 귀순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랬을거야.”

겉으로는 혼잣말로 이렇게 투덜되었지만 내 마음 깊게 도전됨으로 받게 되었던 주님의 교훈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주께서 가라사대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 주인이 이를 때에 그 종의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 모든 소유를 저에게 맡기리라”( 12:43, 44)

성실치 못한 종에게 깨우침을 주신 주님의 교훈이었습니다.

1986 2 21

금요일 오후에-

 

(1986 6월호)

 

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