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녹화

유실녹화

 

“너희가 어느 성읍을 오랫동안 에워싸고 쳐서 취하려 할 때에도 도끼를 둘러 그 곳의 나무를 작벌하지 말라 이는 너희의 먹을 것이 될 것임이니 찍지 말라 밭의 수목이 사람이냐 너희가 어찌 그것을 에워싸겠느냐 오직 과목이 아닌 줄로 아는 수목은 작벌하여 너희와 싸우는 그 성읍을 치는 기구를 만들어 그 성읍을 함락시킬 때까지 쓸지니라”(신 20:19,20).

우리 집에는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마당 가에 서있는 대추나무는 몇년이나 되었는지 밑동은 한아름이 넘고 키는 우리 집 지붕보다 몇배나 더 컸었습니다. 가을이면 검붉은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고 대추를 떠는 날이면 달다 못해 짭짤한 맛에 끌려 배탈이 나도 먹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뒷곁 장독대 뒤에는 앵두나무가 있어 단오 무렵이면 알알이 여물어, 무안을 당한 소녀의 볼처럼 붉었습니다. 그리고 배나무도 있었는데 한번도 손질을 하지 않은 채 멋대로 자라 키는 멀쑥하고 꽃은 아름다웠지만 열매는 탱자보다 클까 말까한 정도였습니다. 그 밖에 개복숭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나무 둥치는 부스럼 난 사람처럼 흠집투성이었고 복숭아는 벌레투성이었지만 그래도 한 여름 밤의 별미였습니다.

요즈음 정부의 유실 녹화 정책의 덕분으로 귀했던 과일들이 흐뭇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거니와 하나님께서는 에덴 동산을 창설하시던 때부터 이를 경륜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사 그것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시고····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창 2:9,15,16).

하나님께서는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열매들을 수없이 주셔서 인생으로 마음껏 즐겁게 살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반면에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는 찍어 내어 전쟁용 무기를 만들거나 화목으로 쓰도록 허락하신 것입니다.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마 3:10).

 

(198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