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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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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7. 07:59 횃불/1982년

인생과 물질과 죽음과

이 춘원

며칠 전 시내에 나갔다가 나는 끔직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쭉 서 있는 전방을 바라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볼만한 사건이 난 것 같았습니다. 아담, 하와로부터 물려 받은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때마침 사건을 처리하기 위하여 달려온 순경이 군중 속을 뚫고 들어가는 그 뒤를 따라 갔습니다.

들어가 보니 그것은 조금 전에 횡단보도를 급히 지나가던 행인이 전속력으로 달리던 직행버스에 치어서 즉사한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지한자동차 바퀴에 배가 터져 창자가 쏟아져 나와 있었고 검붉은 피가 사고 직전에 은행에서 찾아온 五천원권 화폐들이 흩으러진 것과 함께 흉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피비린내가 확 코를 자극하자 나는 금방 구역질이 올라 왔습니다. 못 볼 것을 본 것입니다. 나는 도망치듯이 급히 그 자리를 피해 나와 버렸습니다.

- 인생이 그 다지도 비참하고 허무하다니····멋모르고 길 가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차 바퀴에 납작하게 치어 죽은 개구리 신세와 같은 것이 인생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자니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생각이 떠올라왔습니다.

 

죽은 개 같은 나

사울의 손자 절뚝발이 므비보셋이 뜻밖에 다윗 왕의 은총으로 생명을 건지게 되었을 때 저가 절하여 가로되 이 종이 무엇이관대 왕께서 죽은 개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삼하 9:8) 하고 감격해 마지않았습니다.

한 면으로만 볼 때 사람은 마치 병들어 죽은 개와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 쓸모 없는 들개 같아서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가 병들어 죽거나 몽둥이나 흉기에 맞아 죽습니다. 요새 현대의 견족(犬族)들은 맨션에서 살고 자가용도 타고 다니다가 죽으면 호화스런 묘소에 묻히기도 하고 살찐 개들은 그런대로 보신탕 자료라도 쓰이지만, 사람은 죽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호기심 많은 학자가 인간이 무슨 쓸모가 있는가 하고 그 육체를 분해, 검토, 연구해 보니, 고작 겨우 7개의 비누를 만들 수 있는 지방질과 1개의 못을 만들 수 있는 철분과 2천 개의 성냥개비를 만들 수 있는 인이 전부였다 합니다.

 

 하루살이에게 눌려 죽을 자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큰 자 욥은 일찌기 사람이 보잘것없는 무익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썩은 물건의 후패(朽敗)함 같으며 좀 먹은 의복 같으니이다”( 13:28).

하물며 흙 집에 살며 티끌로 터를 삼고 하루살이에게라도 눌려 죽을 자이겠느냐. 조석 사이에 멸한바 되며 영원히 망하되 생각하는 자가 없으리라. 장막 줄을 그들에게서 뽑지 아니하겠느냐. 그들이 죽나니 지혜가 없느니라”( 4:19~21).

그런즉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어찌 의롭다 하며 부녀에게서 난 자가 어찌 깨끗하다 하랴. 하나님의 눈에는 달이라도 명랑치 못하고 별도 깨끗지 못하거든 하물며 벌레인 사람 구더기인 인생이랴( 25:4~6)

우리 인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병들고 늙고 또 죽습니다. 비록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고 문명 문화를 창조 개발해가는 존재이며 우주까지 정복해가는 위대한 존재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하고 있지만, 아주 미미한 한 마리의 세균 때문에 그 목숨을 잃고 맙니다. 가시 하나에, 총 한 방에 힘없이 죽기도 합니다. 하루를 산다기에 하루살이라 부르는 것 같지만, 그 실은 하루 24시간도 못살고 겨우 한나절 정도 살다가 죽는 것이 하루살이의 일생이라고 합니다. 인생칠십고래(人生七十古來)라고 하나 7,80도 못살고 일찍 끝나는 짧은 인생도 많으며 태어나기 전에 뱃속에서 사라지는 허무한 씨도 있습니다. 오래 살거나 짧게 살거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간에 죽기는 매한가지요 그저 시간이나 느낌의 문제일 뿐 헛되게 끝나는 것이 인생이 아니리오.

 

허무주의와 수전노

그대는 혹시 나를 허무주의(Nihilism)에 빠진 사람이라고 급히 판단할는지도 모르겠군요. 솔로몬처럼 나도 인생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인생의 마음에 악이 가득하여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다가 후에는 죽은 자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랴”( 1:2, 9:3) 고 생각합니다. 아담의 후예로 태어났기에 나도 죄인이 되었고,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기에 이 죄악 세상에 태어났을 뿐입니다. 바람과 같이 허무히 지나가 버리는 것,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니리오.  더럽고 어두운 시궁창 속을 뚫고 다니는 지렁이나 두더쥐 같은 것, 물을 저축지도 못할 터진 웅덩이에 계속 물을 붓고 있는 것, 오늘 밤에 죽는 것도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쉴 줄 모르는 정욕과 물질과 쾌락을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니고 무엇이리오.

옛날에 한 수전노(守錢奴) 부자 영감이 살았더랍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동안 제대로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저축만 해두었던 지폐 뭉치가 아까운 나머지, 천장 속에 숨겨두었던 돈을 꺼내 불에 태운 후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고는 죽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일평생 동안 아무런 뜻있는 선한 일 한 가지도 안 하고 죽었는데, 그의 묘소 앞 비문에는 먹다 죽다라는 네 글자만 덩그런히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그는 일생동안을 매일 먹다가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의 신()은 배()였습니다. 그는 올챙이요 맹꽁이였습니다.

한 곳에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말을 타고 달려가는 곳까지의 모든 땅을 다 거저 주겠다는 대지주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밤낮으로 먹는 것도 잊고 말 엉덩이를 채찍으로 후려치며 질풍같이 달려가다가 끝내는 기진맥진하여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국 그가 얻은 것은 자기의 시체를 누일 손바닥만한 땅뿐이었습니다. 그는 그 무지한 죽음조차 깨닫지 못하는 허무한 인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부자들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1:53).

 

위대한 삶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습니다.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부자는 교만하고 강포하여 자기 재물만 믿다가 멸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음식을 탐내는 자는 칼끝에 목이 달려 있고 부자 되기에 애쓰다가 죄 짓고 타락한 이들이 많고, 그로 인해 강도의 피해를 입고, 잠을 잘 수가 없으며, 온갖 병이 생기고 믿음에서 떠난 불쌍한 이들이 많습니다. 인생은 일찍 끝나고 허무한 것이니 말세에 재물을 쌓아두지 마십시오.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 것은, 재물은 날개가 있어 날아가는 것이며 온갖 유혹과 올무와 어리석은 정욕에 빠져 스스로 멸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지혜롭게 섬기려 꾀를 버리십시오.  돈을 사랑하다가 믿음의 길을 잃고 고아 신세처럼 방황하며 상심하다가 침륜에 빠진 이들이 있습니다. 모든 악의 뿌리가 생기는 것은 돈을 사랑하는 데로부터입니다. 부하다고 주님을 잘 섬기고 가난하다고 주님을 잘못 섬기는 것이 아닙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배불러서 부요해지면 하나님을 멀리하고, 배고파 가난하면 죄를 지을 우려가 있으니 지금처럼 매일매일 필요한 양식으로 족합니다.

가난할 때는 열심히 일하면서 그렇게 부부 사이에 금슬(琴瑟)이 좋더니 부자가 된 후 바람을 피워 가정이 완전히 파괴된 것을 보았습니다. 현실대로 주님을 성실히 섬기지 않고 더 벌고 더 공부한 후 그 때부터 섬기겠다는 이들이 믿음에서 떠나간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믿을 수 없는 재물에 희망을 두지 말고, 교만해지기 쉬운 지식에 빠지지 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과 믿음을 주셨으니 항상 그리스도 안에서 자족(自足)하게 사십시오. 하나님께서 항상 사람에게 마음을 두시고 눈을 들어 살피시며 머리털까지 세시고 인생을 불쌍히 여기셔서 늘 돌보고 계시니 우리는 아무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주님을 믿는이들은 실존적(實存的)인 허무감에 빠질 것이 없고, 가난하여 병들어 일찍 죽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성도의 가는 길을 하나하나 지켜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일찍 죽음으로 주님 나라에그만큼 빨리 가게 되고, 가난하게 되면 더욱 더 천국 생활을 깊이 맛 보게 되며, 부요하게 되면 더욱 더 즐겨 나누어 주고 아낌없이 구제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 생명을 사랑하면 도리어 잃게 됩니다. 재물을 과도히 아끼면 도리어 가난하게 됩니다. 그리고 좀이 쉽게 먹고 도둑이 들끓고 생명을 단축케 하고 평안을 잃게 됩니다. 사람의 생명이나 행복이 재물의 넉넉한 데 있지 않습니다. 영원히 살기를 원하면 세상을 사랑치 마십시오.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을 잃게 됩니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眼目)의 정욕과 살림살이의 자랑에 빠지면 소돔성의 롯처럼 불 가운데서 겨우 나올 것입니다( 19, 고전 3:13~15). 캄캄한 밤에 수많은 벌레들이 뜨거운 불 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와 나의 참된 생명을 위하여, 영원을 위하여,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하나님의 뜻을 행하십시오!

 

(1982 6월호)

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