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징검 다리
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theWord Bible Software

Category

2013. 10. 21. 17:01 횃불/1994년

부업

계 경 자

 

집에 있는 가정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부업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지 않을까? 결혼 전에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있게 되었다거나 어린 자녀들이 자라 이젠 엄마로서의 잔손 가는 일이 뜸해지다 보면 한가한 낮 동안의 시간이 허허롭게조차 느껴져 무료한 시간을 메꿀 양으로 혹은 허리 띠를 고쳐메는 내핍 생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압박이 느껴져올 때 무엇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일거리를 찾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아예 출퇴근이 일정한 직장 생활이 아니고서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해 볼 수 있는 변변한 일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웃에 사는 자매님이 부업거리를 맡았는데 함께 해 보지 않겠느냐며 일거리를 가지고 왔다. 천조각을 예쁘게 오려 재봉질을 하고 뒤집어서 송을 도톰하게 넣고 꿰매는 일이라는 설명을 들을 때는 아주 간단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여러가지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쉽게 허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함께 일하기 원하는 그 자매님의 권유를 뿌리치기도 어렵고 또 일을 해서 가계에 어느 정도라도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역시 내겐 전부터 부업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

부지런히 부업거리를 찾아 일을 하면 그 수입이 어느 정도는 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일테지만, 주변의 몇몇 주부들이 부업거리를 집안에 들여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벌이도 시원치 않을 뿐만 아니라, 몇 푼 벌양으로 그 일에 매달려 여러 집안 일이나 취미 생활은 물론 여가 활용이 전혀 안되는 것을 볼 때 나에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결혼 전에 얼마나 고상한 일을 했으며, 어느 만큼의 고소득 노동력을 가졌든지 간에 가정주부로서 집에서 할 일을 찾아볼 때면 뚜렷한 기술이나 특수업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결국 시답지않은 개당 몇 푼의 저소득 노동 임금자로 전락해 버리게 되는 것을 보면 더욱 서글퍼져 버렸다. 물론 일이야 어떠하든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속담처럼 틈틈이 짬을 내서 일해 모은, 생활비 외의 여유 자금을 더욱 보람있게 쓰는 알뜰한 주부들을 볼 때면 무척 존경스럽기까지 해 보였다. 특히 어떤 자매님은 자신이 부업을 해서 번 돈으로, 전에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구제나 선교 헌금을 주님 앞에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했노라며 상기된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얘기하던 모습도 책 아름답게 보여 부업에 대한 나의 편견이 부끄럽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

실은, 내가 어렸을 때-우리 여섯 형제들이 모두 학교에 다닐 때 -나의 아버지께서는 박봉의 말단 공무원이셨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월급만으론 우리 여덟 식구의 생활비도 힘겨운 터에 여섯 자녀의 교육비 또한 큰 짐으로 아버지 어깨에 지워져 있을 무렵, 나의 어머니께서는 여러가지 생각 끝에 삯바느질을 시작하셨다. 어머니께서는 달리 양재를 배우신 적이 없으신 경우이셨으므로 처음에는 이웃의 세탁소에 들어오는 수선물을 하나 둘 받아다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고쳐주는 일로 시작했던 것이 남달리 뛰어난 재간과 바느질 솜씨가 있으셔서 얼마 되지 않아 규모는 작지만 동네에서 자그마한 양장점을 개업하기에까지 이르셨다. 이렇게 해서 푼푼이 모아진 수입은 우리 형제들의 학비에 크게 보탬이 되어, 아버지께서는 자주 어머니의 큰 수고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셨던 일이 생각난다.

이렇게 선하게 쓰여졌던 부업의 예들을 떠 올리다 보니 일에 대한 애착심이 일어나 곧 맡은 일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자매님과 나는 처음으로 맡은 일이라 함께 모여 같이 일을 배워 나가기로 했다. 그 자매님은 이미 재봉 기술이 뛰어난 지라 주문 받은 모양대로 천을 그리고 오려서 재봉질을 했다. 그리고, 나는 모양대로 박아진 천 조각들을 모아 실밥을 자르고 뒤집어 모양을 바로잡아 솜을 뭉쳐 넣고 꿰매어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하루 이틀 손에 일이 익숙해지니 처음에 서투르게 하던 것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속도도 빨라지니 신이 났다. 게다가 성도가 함께 즐겁게 대화하며 일한다고 하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만나서 하기엔 쌓여져 있는 집안 일도 있으니 우린 각자 집에서 일을 분담 맡은 대로 하기로 했다. 며칠동안 안하던 일을 맡아 손에 익히기 위해 애쓰느라 집안 일을 소홀히 했더니 여기 저기 산적해 있는 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서 맡은 일을 제쳐두고 밀린 빨래며 청소며 정리 정돈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금 부업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집안 구석 구석 어느 곳 하나라도 내 손이 미치지 않아서는 안되는데, 괜한 일에 시간을 빼앗겨 더 중요한 일을 놓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서둘러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을 잠재운 후, 이미 맡아둔 일이기에 손에 잡아들고는 뒤집어 솜을 넣고 꿰매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피곤한 몸 더 힘들어졌다. 어깨도 쑤시는 것 같고, 허리도 아파왔다. 몸을 뒤틀면서 불편스러워하다가 결국은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곁에 있는 남편에게로 쏟아붓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이번에 맡은 이 일만 하고는 그만둬야 할까봐요. 남들은 다 고상한 일들을 하고 사는 것 같은데, 난 늦은 시간까지 시답잖은 일거리를 붙잡고 시간을 보내서 당신에게나 아이들에게 그리고 집안 여러 일들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서 미안해서 안되겠어요. 안해 보던 일이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이렇게 힘들게 해봐야 몇푼 되겠어요?····

일거리를 손에 들고 투정하듯 툴툴거리면서 곁눈질로 남편의 눈치를 살펴가며 얘기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사람이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 일에 대한 당신의 마음 자세가 문제인 것 같은데. 어디 가져와봐요. 내가 도와 줄테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거요?” 하는 거였다.

사실은 나로서는 내가 며칠째 소홀히 하게 된 여러 집안 일에 나의 손이 미치지 못해 불편해 하는 남편으로부터 직접적인 불평을 듣게 될까 봐 조바심도 한편에는 있었다. 그래서 어느 면에서는 내편에서 선수를 친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만둬요. 그것 몇푼된다고 그걸 잡고 씨름을 하오?”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리어 남편은 내 곁으로 다가앉으며 일거리에 손을 댔다.

평소같으면, 피곤한 하루 일과가 끝난 시간이라 조용히 심신을 쉬도록 해야할텐데, 일 앞에 앉은 남편에게 도리어 미안해지고 말았다. 또 그래도 맡은 일이니 끝마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와주겠다는 그이의 말이 얼마나 고맙게 들렸던지.

우린 함께 마주 앉아 일을 했다. 그인 천조각들을 손에 집어 들고 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하나 둘 뒤집어서 솜을 뭉쳐 넣었고, 나는 바늘로 꿰매는 일을 했다. “이거 재미 있는데, 머리를 짜내서 하는 일도 아니고, 랄랄라 노래 부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난 하루종일 깨알같은 글씨를 들여다보면서 번역을 하니까 머리를 쉬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줄께. 바쁘게 시간 맞춰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천천히 우리 얘기도하면서 재미있게 해 봅시다라며 정말 콧노래라도 부를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손을 놀렸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은 달랐다.

, 자기는 뭐 퇴근 후이니까 작업장도 바뀌었고 자기가 맡은 일이 아니니까 부담없이 쉬면서 하니까 즐겁겠지만, 난 하루 종일 뭐야, 한 장소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애들 얘기에 대꾸해 주고, 또 놀아주고, 먹여주고, 씻기고, 재우고, 거기다 또 이 일까지···· 휴- 난 노래커녕····

엉겁결에 맡은 나의 일에 도와주겠다며 마주와 앉은 남편에게 직접 불평을 할 수는 없어서 혼자 소리없는 독백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정중하게 말을 걸어왔다.

계자매님, 이거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하면 됩니까? 맘에 들게 잘되었습니까?”

그러더니, 다시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여보, 옛날에 내가 당신한테 이렇게 물으면서 일했었지? 이렇게 당신하고 함께 오랫만에 마주 앉아 당신과 같이 같은 일을 하니까 결혼 전에 내가 당신이 근무하던 엠마오 성경학교 사무실에 가서 자원봉사원으로 일하면서 당신이하라는 대로 전도지도 접고 책도 포장하던 생각이 나서 재미있는데라고 이야기하며 남편은 한눈을 찡긋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두 손은 쉼없이 천조각 속에 솜을 넣어 모양을 바로잡고 있었다. 정신이 번적 들었다.

난 언제나 인내심없이 불평이 먼저 튀어나오는데, 남편은 전혀 다르다.

남편은 오히려 옛날 결혼 전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일을 즐기고 있지 않는가.

남편의 그 아름다운 연상으로 인해 우린 이런 저런 옛날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겁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혼자 힘들여 두어 시간을 족히 해야 했을 일을 한시간 여만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니, 어떤 자매님은 남편의 휴일을 기다렸다가 혼자서 하기 힘들었던 집안 일을 도와달라고 떼쓰기보다, 바쁜 직장 일로 충분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연구할 시간이 없는 남편을 도와드릴 마음으로-그 남편을 온전히 주님께 드림으로-집안 일은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감당해 나가겠다며 남편은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고 연구하여 주님을 더 많이 배워 닮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도시락을 준비해 도서실로 가시도록 해 드린다는데 난 이렇게 시답잖은 일조차도 남편의 도움을 받고서야 완성품이 가능한 여전히 성숙지 못한 아내라 여겨져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일고 말았다.

그래도 어찌했든지 주문받은 일감을 다 완성해서 가져다 드렸더니 수고비와 함께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부지런히 짬을 내어 일하고 손에 받아든 수고비라 더 귀하게 생각되어졌다. 결혼 후 몇번 안되게 남편의 월급 외에 받게 된 보너스다. 이제 어떻게 보람 있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졌다. 이런 기분에 여자들이 부업을 계속하는 것일테지.

계속 일감이 있다면 일을 맡아 해 보겠노라고 했더니 이번에도 한 보따리 일감을 안겨 주셨다

이젠 일이 손에 익숙해져서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해졌다. 그래서인지 수북히 쌓여져 있는 일감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오늘도 부지런히 본업인 나의 주부로서의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부업거리를 손에 잡으면서, 잠언의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얼마간 흉내내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어본다.

 

그는 양털과 삼을 구하여 부지런히 손으로 일하며 상고의 배와 같아서 먼데서 양식을 가져오며 밤이 새기 전에 일어나서 그 집 사람에게 식물을 나눠주며 여종에게 일을 정하여 맡기며 발을 간품하여 사며 그 손으로 번 것을 가지고 포도원을 심으며 힘으로 허리를 묶으며 그 팔을 강하게 하며 자기의 무역하는 것이 이로운 줄을 깨닫고 밤에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손으로 솜뭉치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락을 잡으며”( 31:13~19).

 

(1994 12월호)

 

'횃불 > 199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남편을 그리스도께로  (0) 2013.10.21
승리의 삶의 비결  (0) 2013.10.21
온전한 결혼  (0) 2013.10.21
인물 중심 성경공부-베드로  (0) 2013.10.21
요한계시록 강해(22)  (0) 2013.10.21
왜 완전한 속죄를 모르면 지옥에 가는가?  (0) 2013.10.21
은쟁반에 금사과  (0) 2013.10.21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0) 2013.10.21
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