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과 욕심장이 할멈
새해 첫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점심시간, 평소에 잘 알고 가까이서 교제하던 한 자매님이 곁으로 와 앉으며 인사를 하더니 “자매님, 뭐 갖고 싶은 것 있으세요? 자매님이 평소에 갖고 싶어했던 것을 해드리고 싶은데, 뭘 갖고 싶으세요?” 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며, “아니에요. 제가 주님 안에서 자매님을 통해 받은 사랑이 더 많은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극구 사양했건만, 굳이 필요한 것을 하나 생각해 보라며 재촉했다. 하는 수 없이 지금은 너무 갑자기라서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으니 후에 생각했다가 답해 주겠노라고 해 놓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어느 자매님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사 주겠다며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는데 어떡하죠?” 얘기하고는, 나는 혼잣말처럼 “내게 뭐가 필요한 걸까?”중얼거려 보았다
요즈음 난 큰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 물론 그 자매님이 그렇게 큰 것을 사줄 양으로 얘기했으랴마는 나의 상상은 언제나처럼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다. 거침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 날아올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조그마한 방이 두개 있지만, 아이들이 한 방을 차지하고 있으니 손님이 오시더라도 옹기종기 앉아야 하고 문이라도 여닫을 때면 앉고 일어서기 조차 불편해서 나는 큰 집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성도들이 언제든지 와서 마음 놓고 찬송하며 교제할 수 있는 넓은 집,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집을 갖고 싶어했지만···· 결혼 전부터 나는 조그마한 방 하나를 아늑하게 꾸미고 조용히 마음의 얘길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남편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얘기했더니,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방하나를 꾸며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가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우리의 그 작은 방을 어떻게 꾸밀까에 대해서 얘기한다.
전등은 어떤 것으로 달 것이며, 그래서 조명은 어느 정도로, 의자는 어떤 형으로, 또 탁자는 그리고 방의 벽지는 등등 얘기거리가 많다. 이린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앉아있는 이 작은 방은 더욱 더 아늑해지고 비록 한쪽 벽면이 습기로 인해 얼룩져있지만 그것조차도 저 유명한 고대벽화인양 감상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넓은 집은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시간에 갖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현재의 조그마한 방에서 전에 30대 부부들이 모여 “초가삼간도 나는 만족하네····”를 가사를 바꿔 “단칸 셋방도 나는 만족하네”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서 혼자 흥얼거렸다. 역시 소원은 크고 넓은 집이지만, 현재는 단칸 셋방은 아니더라도 두칸 전세방이다.
곁에 있는 남편에게 “큰 집을 달라고 할까요?” 했더니 남편은 컴퓨터에 앉아 하던 일을 잠시 멈추는 듯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그 일에 열중이었다. 내가 너무 얼토당토 않는 얘길 했다는 말이겠지 하면서 나도 나의 황당한 질문에 어이가 없긴 했다. 그래도 생각은 자유인데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보았다.
큰 집이 아니면, 냉장고로 할까? 지금 있는 것은 좀 작은데, 큰 냉장고? 아니면 세탁기? 지금 있는 것은 수동식이라 빨래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단 말야. 완전 자동 세탁기 어떨까? 아니면, 진공 청소기는? 겨울이라 카펫트를 깔았더니 먼지도 많이 일고 물걸레질을 할 수도 없고 하니 진공 청소기야! 아니야, 아니야. 일전에 사려다 못산 스텐레스 남비, 압력솥, 전자렌지····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다가 문득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던 동화가 생각났다. 늙은 할아버지 어부가 금빛나는 작은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그 물고기는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며 자기를 살려준 댓가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가없게 생각되어 그냥 놓아 주었다.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 할멈에게 그 얘길 했더니 욕심많은 할멈은 그때부터 할아버지를 향해 마구 바가지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낡은 빨래통을 새 것으로 바꿔달라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오두막집을 큰 기와집으로, 큰 기와집도 싫으니 궁전으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할머니의 요구대로 모두 이루어졌다.
마침내 할머니는 그 궁전의 여왕님이 되었다. 그 할머니는 여왕님이 되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을 여왕으로 만들어준 물고기를 부하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얘기를 전해들은 물고기는 아무 말없이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의 눈에 비친 할머니의 모습은 옛날 허름하게 누더기를 걸친 그 모습 그대로 다 깨진 빨래통 곁에 앉아 있지 않은가! 역시 궁전도 간데 없이 그 오두막집 곁에서 욕심 많은 할멈의 모습.
혼자 큰 소리로 웃었다.
내 웃음소리가 너무 켰을까?
남편은 컴퓨터를 끄고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뭐가 그렇게 즐거워. 갖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그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니 그 옛날 솔로몬도 꽤 즐거웠을 거야”라고 말했다. 남편은 내가 전해준 얘기를 듣고 솔로몬을 생각했었나 보다. 한 몸이라고 하는 부부이면서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 나는 욕심 않은 할멈생각에 웃었는데, 남편은 같은 질문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던 솔로몬을 생각하다니 부끄러운 마음에 잠잠히 솔로몬을 떠올려 보았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했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도 나처럼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다 떠올려 보았을까? 또 그 모든 구한 것들을 다 받아 가진 듯 생각하며 즐거워했을까?
엄청난 질문이다. 그 엄청난 질문에 대한 솔로몬의 대답은 너무나 유명하지 않은가! “당신의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을 주십시오.”
“지혜로운 마음”
남편이 물었다. “그래, 당신은 뭐가 필요한 것 같으오?”
필요한 것, 평소에 별 다른 생각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혼자 이런 저런 생각들로 욕심 많은 할멈 역의 꿈을 꾸다가 꿈 속에서 깨어나는 듯 “글쎄요.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얼버무려 대꾸해 두고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이웃에 성도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나를 위하여 다 내어 주신 사랑하는 그 주님이 계신데····큰 집이 있다 한들 그 집을 드나들 내 사랑하는 가족과 주안의 형제 자매가 없다면 그 큰 집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큰 냉장고가 있다 한들 그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음식을 함께 나눌 성도가 없다면 그 모든 것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세탁기, 그릇, 청소기, 전자렌지, 남비····그 모든 것들이 집안 그득히 쌓여 있다 한들 그 모든 것들로 주님께서 사랑하신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면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 아닐는지.
생각을 이어가다 입을 열었다.
“여보, 우리 집에 이토록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주안의 형제 자매가 있으니 우린 행복한 사람들이에요. 그렇죠7” 뭐가 필요하냐구요?
“사랑을 나눌 형제 자매가 있으니 필요한 것이라고는 그 사랑을 계속 이어줄 주님의 은혜만이 필요해요.”
새해 첫 주 한 성도에게서 던져진 질문으로 내 마음을 이처럼 정화시켜 주시다니 주님 감사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새해가 되었음에도 다른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나의 마음을 주님께서 옅보시고는 그냥 두실 수 없으셔서 올 한 해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를 가르치시느라 변죽을 쳐 주신 한 사건이었다. ♠
(199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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