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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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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 17:31 횃불/1994년

시장놀이

김희성(부산구덕교회)

 

10 년째 유치원에 몸담아 오면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다. 그날의 유치원 행사는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이 큰 기대감으로 기다리던 시장놀이를 하는 날이었다.

시장놀이는 유치원의 다양한 행사 중 하나로 올바른 상거래 질서와 예의를 가르치며 어른이 되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마치 어른인양, 비록 만든 돈이지만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역할놀이이기에 해마다 유월이면 해오고 있는 터였다.

선생님들이, 여러 물건들, 장난감 학용품 과자, 악세사리 등 값나가지 않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구매욕을 충분히 당기게 하는 팔 물건들을 준비해서 책상에 음식점, 장난감 가게, 문방구, 과자가게, 과일가게 둥 이름을 쓴 간판을 세워 놓고 팔 물건을 나열해 놓은 뒤 서로 역할을 바꾸어 가며 주인과 고객이 되어 장사를 하는 놀이였다.

여느 해와 달리 선생님들이 색종이로 화폐를 만들어 똑같은 액수만큼 나누어주어 사용하도록 했다.

물건을 사면 자기 것이 되고 집으로 가져가도 좋다는 허락을 했기에 시장이 열리자 아이들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져온 엄마가 쓰시던 커다란 앞치마를 두르고 남자 애들도 장바구니를 들고 이 가게 저 가게 시장보러들 다녔다.

간이음식점에는 따끈한 오뎅국과 김밥을 팔고 과일가게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진 바나나, 토마토, 딸기도 있었다. 시장놀이는 사전교육을 시킨대로 질서있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들이 벌어졌다.

누가 아이들을 천사 같다고 했던가?

그날의 시장놀이는 더 이상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그건 바로 인간들의 삶의 현장, 어른들 사회의 축소판 바로 그것이었다. 한참 진행되고 무르익을수록 나타나는 현상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1:15).

교육이란 죄의 본성을 타고난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억제시킬 뿐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현상!

어떤 큰 애(7), 구석진 곳에서 힘없고 나이 어린(5) 아이들의 돈을 빼앗아 그 돈으로 사고 싶은 것 사서 바구니에 담는 폭력형. 각 가게의 물건은 한번씩만 살 수 있도록 색을 달리한 돈을 나눠 줬는데 묘하게 거스름 돈을 이용해 사는 두뇌 회전형.

배 고픈 것 참아가며(그날 점심은 음식가게에서 사 먹는 것으로 대치하기로 했다) 그 돈으로 사고 싶은 물건 사는 알뜰살뜰형.

5세반 어린이들 돈관리가 잘 안되어 교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니는 것, 그것 따라 다니며 주워모아 물건 사는 횡재형.

다른 가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음식가게 앞을 떠날 줄 모르고 먹어대기만 하는 먹고 보자형 .

약삭 빠른 애들, 어리숙한 친구 꼬드겨 더 좋은 물건으로 바꾸는 이른바 사기 형(?).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시간이 경과되자 선생님이 만든 화폐와 비슷하게 서투른 솜씨로 색종이를 오려 돈이라고 내놓고 물건 사가려는 위조지폐까지 등장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색종이 지폐 위에 그려진 숫자는 0이 한없어 적힌 거액의 위조 지폐였다.

평소 아주 영리하고 매사에 일등을 해야 속이 후련해 하는 시샘많은 아이였다

이 돈 어디서 났니?”

묵묵부답 말이 없는 걸 보니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곧 다른 교실로 가보니 몇명씩 둘러앉아 위조지폐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어이없어 서로 쳐다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정말 대단한 충격이었다.

어른들의 세계를 모방해서 위조지폐가 나온 것도 아니요 자연스럽게 인간본연의 죄성으로부터 나온 산물인 것이다.

타락한 사회의 병리들이 어린이 세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흥미롭고 충격의 연속이었던 시장놀이가 드디어 끝나고 조용히 않아 그날의 놀이를 평가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 재미있었던 점을 얘기 나누고 반성도 하며 교육시킨 뒤 한명 한명 바구니 속의 시장놀이 결과를 들여다보니 넘치도록 바구니 가득인 아이들이 있나하면 하나도 없이 빈 바구니만 달랑한 아이도 몇명 있었다. 그 바구니 속의 많고 적음을 보니 성인이 된 그들의 생활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았다. 그날 하루가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흥분된 하루였겠지만 그들의 교육을 맡은 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날 밤, 매일의 감사기도 내용인 오늘도 주님의 은혜로 맡겨진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게 해주심에 대한 감사 외에 난 또 다른 감사기도를 드렸다.

인간이란 어찌할 수 없는 죄인임을 아이들을 통해 또 한번 깨닫게 해주심을····그리고 난 더욱더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 불쌍한 죄인들을 위해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음을····.

 

(1994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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