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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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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 17:28 횃불/1994년

생일

계 경 자

엄마 몇 밤만 자면 내 생일이예요?”

다섯 밤.”

그림 언니 생일은요?”

스물 여섯 밤.”

, 내 생일이 더 빨리 오네요. 내가 생일 케익도 더 빨리 먹을 수 있고, 예쁜 드레스도 입을 수 있고, 이건 정말 신나는 일이예요. 엄마, 내 생일날 나는 선물도 받겠지요?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요? 나는 언니처럼 학교에는 아직 못 가지만 언니가 가지고 있는 숫자 카드나 낱말 카드를 갖고 싶은데, 아빠한테 말씀드려 사달래야지. 아빠가 뭐라 대답하실까요? ‘안된다그러실까요? 아니면, ‘그래 사주마하실까요? 이따 아빠 오시면 말씀 드려야지.”

작은 아이는 평소에도 생일에 대한 관심이 많더니 4월로 접어들면서 부쩍 생일 얘기뿐이다. 언니가 학교에 가고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며칠 후면 맞이할 생일을 생각하고는 집안 일에 바쁜 내 주변을 맴돌며 떠들어 댐이 마치 아이들 동화에 나오는 빨간 머리 앤이 초록색 지붕 집에서 아주머니를 따라 다니며 천진스럽게 자신의 꿈을 수다스레 얘기하듯 했다.

엄마, 그런데요. 내가 아빠한테 생일 선물을 사 달라고 그러면 아빠는 또 선물은 네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낳아준 엄마가 받아야 하는데, 너는 엄마한테 뭘 선물할거니?’ 그러시겠죠?”

하하하하·····

왜 웃으셔요? 아빠는 선물 얘기만 하면 그 말씀을 꼭 하시잖아요?”

 

몇 해 전이었다.

아마 작은 아이가 다섯 살 되던 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에도 4월로 들어서자 두 꼬마들은 생일 얘기로 꽃을 피웠다. 기대와 흥분 속에 생일을 맞아 내가 핫케익 가루로 어설프게 만든 생일 케익 위에 촛불을 켜고 우리 네 식구가 둘러 앉았다. 아이들의 흥분은 절정에 달하여 타고 있는 촛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을 때였다. 아빠가 입을 열어 주위를 집중시켰다.

지현아, 생일이 뭐니?”

아빤, 내가 태어난 날이지요 뭐.”

왠 당연한 질문을 하시느냐는듯 퉁명스레 대답하는 딸 아이에게 두번째 질문이 던져졌다.

지현아, 그럼 너는 네가 태어나기 위해서 무슨 일을 했니?”

····

아무 말이 없자, 곧 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네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누가 수고를 했는지 아니?”

엄마요.”

두 아이가 모두 합창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이 더욱 초롱초롱 빛나 보였다. 주변의 어두움이 짙어갈수록 타는 촛불의 밝기도 더해갔다

그래 맞아. 오늘은 지현이 생일이니까 당연히 지현이가 축하를 받아야지. 하지만 지현이를 낳느라 수고하고 애쓰신 엄마한테 고맙습니다말씀드리고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떻니?”

아직은 어린 5,6세의 아이들로서는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큰 아이는 아빠의 심도 깊은 말씀에 야트막이 고개를 끄떡였고, 작은 아이는 슬며시 내 곁으로 다가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엄마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양 볼에 번갈아 뽀뽀를 해댔다.

그후 몇 달이 지나서, 나의 생일이 되었을 때 남편은 아이들에게 다시 같은 맥락에서 얘길 시작했다.

엄마 생일엔 누구를 기억해야 할까?”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기들 생일에 들었던 아빠 말씀이 생각난 모양이다. 서로 마주보더니 큰 소리로 외할머니!” 했다.

아빠가 외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장모님, 고맙습니다. 딸을 낳아 고생하시며 키워 저에게 보내 주셔서 저희들 이렇게 행복하게 살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 생일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축하를 받고 내가 선물을 받고 내가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가르쳤어요. 그리고 저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그 전화 한 통화에 친정 엄마 마음이 흐뭇하셨단다. 딸을 낳아 키워 시집 보내며 섭섭했던 마음이 다 사라지고 사위가 자랑스러우셨단다.

, 그 다음 남편 생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엘 갔다.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온 식구가 둘러앉아 역시 아이들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말씀드렸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우리 아빠 낳아 키우시면서 할머니 고생 많이 하셨다고 아빠한테 들었어요.”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아 할머니 양 어깨를 두드리며 아이들이 전해드린 이 한마디에 어머니의 두 눈은 금방 내 붉어지셨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시면서 아이들을 두 팔로 끌어안으시며 다 하나님의 은혜지. 하나님의 은혜하셨다.

그 때 이후, 이렇듯 생일에 대한 아빠의 특별한 가르침 덕분에 우리 가족은 생일 얘기가 나오게 되면 특히 선물에 관한 얘기가 나올라치면, 선물은 생일을 당한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라 수고하여 낳아주신 어머님의 몫임이 재강조되곤 했다. 그렇지만, 생일에 대한 어리고 미흡한 상식으로나, 축하를 받고 싶은 들뜬 감정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찮은 이론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반론을 재기할 만큼의 힘이 없기에 아이들의 마음은 그저 답답할 뿐인 것 같아 보임이 역역했다.

오늘도 생일 선물을 생각하다 보니 다시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든 것 같아 보였다.

아이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뭔가 정리가 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엄마, 있지요. 내가내 생일날 엄마한테 예쁜 꽃다발을 선물할께요. 그러니까 엄마는 지난번처럼 생일 케익을 만들지 말고요 그냥 사면 어떨까요. 만들면 엄마가 힘드시잖아요. 그러니까 사면 힘도 안들고 더 좋잖아요.”

이 녀석, 속셈이 너무도 뻔하다. 꽃다발을 드릴테니 맛이나 가격은 어떨지 모르지만, 보기에도 누렇고 시꺼무리하게 구워낸 핫 케익보다는 하얀 생크림이 물결치듯 둘러져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 내리는 예쁜 케익을 사달라 이말이렸다. 손바닥만한 케익이라도 꽤 값이 나가는 것 같아 늘 낭비라 여기고, 그 돈이면 더 가치있는 것을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볼품은 없지만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나의 소신에 찬물이 얹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의 천사, 나의 아이의 피어나는 하얀 목련같은 이 소박한 꿈을 묵살해 버릴 수 없지 않은가.

그래 이번 생일엔 예쁘고 아름다운 생일 케익을 사 주도록 할 께.” “엄마, 고맙습니다. 내 생일날 내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예쁜 생일케익 앞에 앉아서 촛불을 켜면 난 너무 너무 멋져 보일거예요.”

아이는 백설공주 같은 꿈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다가올 생일을 생각하며 꿈꾸듯 황홀해 하는 이 아이가 진정한 생일의 의미를 알게 되려면 더 긴 세월이 흘러야 되겠지. 나 역시도 성장하는 동안 나대로는 부모의 마음을 늘 다 헤아려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이 결혼 이후 부모가 되어서도 부모된 심정의 이해는 다함이 없는 것임을 실감하며 지내고 있지 않는가. 자녀가 부모의 수고를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 드림이 어느 만큼으로 보답이 될까. 주일 예배 때, 주님의 만찬석에 앉아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다시 오심을 기억해 보지만, 그것이 그 고통, 그 은혜, 그 큰 사랑에 어찌 미칠 수 있을까. 다만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나의 나 됨이 나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늘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고 주님의 어떠하심을 배우면서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게 하심이리라고 부모된 입장에서 그 사랑을 헤아려 볼뿐이다.

『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 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이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을 인하여 그 고통을 다시 기억지 아니하느니라』( 16:21).

자녀들을 키우면서 여러 모양 여러 환경에 접할 때마다 새롭게 주님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됨을 경험했는데, 오늘은 아이의 생일로 인해 배우는 주님의 사랑을, 이미 해산의 고통을 겪은 어미로서 더욱 실감있게 가슴으로 싸 안으며 세상에 사람 난 기쁨-주님께서 허락하신 예쁜 딸의 생일-때문에 한껏 즐거워해 본다.

 

(1994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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