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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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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6. 17:19 횃불/1994년

호박 농사

계 경 자

 

지난 봄, 앞마당에 하얗게 피었던 목련이 지고, 일찍 뿌린 씨앗들은 이미 싹이 파릇파릇 움돋았을 즈음, 뭔가 더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호박 씨 몇 개를 뿌려두었다.

어려서부터 도시생활에 더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씨를 뿌리고 가꾸어 열매를 거두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결혼 전에는 친정 어머님께서 가끔 집 앞 공터에나 손바닥만한 화단에 꽃과 채소를 가꾸시는 걸 뵌 적이 있고, 결혼 후에도 시어머님께서 열심으로 여러가지 채소들을 앞 뒤 뜰에 오밀조밀 가꾸시는 것을 뵈었으면서도 늘 내겐 상관없는 일들로 멀리서 여상히 넘겨볼 뿐이었다.

분가 후에도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분주했고, 단칸 셋방에서야 생각하기도 어려웠으나, 지금 사는 집은 모양새는 우습지만, 그래도 화단이라 부를만한 흙이 보이는 터가 있어서 어른들이 해오셨던 일들을 흉내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작년에 호박죽을 쑤어 먹고 거둬두었던 씨앗 몇개를 찾아 심었더니 드디어 싹이 돋았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매일매일 물을 주면서, 더 빨리 자라서 작년에 먹었던 그 호박보다 더 크고 더 맛있는 호박이 열리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나는 하루가 다르게 쭉쭉 뻗어 오르는 호박 줄기와 잎사귀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자연공부를 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자 떡잎 사이로 어린 호박 잎이 비집고 나왔고, 하루 이틀 사이로 점점 잎색이 짙어지고 크기가 커지더니 어느 새 호박 넝쿨이 주위의 꽃가지를 휘감으며 옆으로 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아침마다 좀 더 키가 커진 호박 넝쿨을 보면서 즐거워했고, 나도 새삼스레 생명의 신비를 관찰해 보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물을 주면서 호박 넝쿨이 얼마나 높이 넓게 뻗었나 살펴보는 것이 어느새 일과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 출근하고, 큰 아이가 학교에 간 후면, 나는 작은 아이와 함께 한가롭게 호박 줄기의 방향을 따라 고개 운동을 하며 아침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힘있게 뻗어나간 호박 넝쿨은 마침내 목련 나무를 타고 올랐고, 담을 넘어 옆집 마당으로 허느적거리며 더 멀리 더 높이 갈 곳을 찾는듯 했다. 또 어떤 줄기는 곁에 서 있는 대추나무를 휘감았다. 어느 곳으로 가든 자연스럽게 호박이 뻗는대로 두고 보려했더니 사방 팔방으로 휘휘감으며 감싸안는 모습이 잠자는 공주가 갇혀있던 성을 휘감고 오른 장미넝쿨이 연상되어 조심스레 가지치기도 해주고,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로 잡아 주기도 해보았다. 이렇게 몇 날 며칠 몇 주간을 자세히 관찰하여 정성껏 돌보는 것은 호박 잎이 무성하게 뻗어가는 것이 신기해 보여서이기도 했지만, 더욱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호박 열매 그 자체에 있었다. 언제쯤 호박이 열리게 되는걸까?

아이들도 엄마 호박은 언제 생기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호박을 심어본 적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언제쯤 호박이 열릴런지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시원한 답변도 못해주고는 기다려 보자고만 했다.

나로서도 그저 지켜볼 뿐이었으니.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잎사귀만 무성한 호박 넝쿨을 보고 있다가 나는 문득, 주님께서도 이렇게 잎만 무성한 나무를 보셨던 기억이 나 그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기 위해 성경을 폈다.

이른 아침에 성으로 들어오실 때에 시장하신지라 길가에서 한 무화과 나무를 보시고 그리로 가사 잎사귀 밖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시고 나무에게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게 열매가 맺지 못하리라 하시니 무화과 나무가 곧 마른지라 제자들이 보고 이상히 여겨 가로되 무화과 나무가 어찌하여 곧 말랐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가 믿음이 있고 의심치 아니하면 이 무화과 나무에게 된 이런 일만 할뿐 아니라 이 산더러 들려 바다에 던지우라 하여도 될 것이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 하시니라”( 21:18~22).

잎은 무성했으나 열매가 없는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셔서 나무가 말라버렸다고 하신 부분까지만 생각하고 읽어내려 갔는데 그 이후 단락이 끝나지 않고 연결된 말씀이 새롭게 눈에 띄어 다시 뒷부분을 읽었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심으로 말라버린 것을 생각할 때에 나의 선입견으론 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의 비유를 연상했었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그 농부라 무릇 내게 있어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이를 제해 버리시고 무릇 과실을 맺는 가지는 더 과실을 맺게 하려 하여 이를 깨끗케 하시느니라”( 15:1).

그런데 연결된 말씀은 제자들이 보고 이상히 여겨 가로되 무화가 나무가 어찌하여 곧 말랐나이까라는 제자들의 평범한 질문에만일 너희가 믿음이 있고 의심치 아니하면 이 무화과 나무에게 된 이 일만 할뿐 아니라····하신 주님의 답변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더 그 말씀을 묵상해 보게 했다.

더 큰 일, 더 큰 능력이 우리에게 부가되어 있음을 설명해 주신 것이었다.

혼자 생각에 잠겨보다가 다른 복음서에는 이 같은 기사에 대해 보충 설명이 있을까 해서 마가복음 11장도 찾았다.

이튿날 저희가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 시장하신지라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 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예수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듣더라”( 11:12~14),

저희가 아침에 지나갈 때에 무화과 나무가 뿌리로부터 마른 것을 보고 베드로가 생각이 나서 여짜오되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 나무가 말랐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저희에게 이르시되 하나님을 믿으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지우라 하며 그 말하는 것이 이를 줄 믿고 마음에 의심치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서서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도 너희 허물을 사하여 주시리라 하셨더라”( 11:20~25).

역시 기도의 능력에 대해 더욱 강조하심으로 믿음으로 구할 것과 기도 이전에 용서가 선행되어야 함이 지적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 나무를 향해 하신 한 말씀이 그대로 응하여진 것을 본 제자들에게 주님은 당신의 능력의 어떠함을 보이심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더 큰 능력이 주어져 있음을 상기시키시며 믿음으로 무엇이든 구하라고 실물 교훈하시는 훌륭한 스승되시는 우리 주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 마음에는 열매없이 잎만 무성한 이 호박넝쿨의 결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데 마음이 집중되어 이에 적절한 말씀을 찾고 싶어 다시 성경을 폈다.

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 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과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년을 와서 이 무화과 나무에서 실과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 대답하여 가로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실과가 열면이어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하였다 하시니라”( 13:6~9).

가끔 친정 어머님과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다녀가실 때면 호박을 보시고 열매가 맺혀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 하시곤 하셨다. 호박은 밑거름이 풍부해야 하는데 땅이 너무 거칠고 메말라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커다란 목련 나무 밑에서 이미 심겨져 있던 대추나무도 볕을 못받아 해마다 변변한 열매를 맺지 못한 것처럼 큰 나무그늘에 가려 빛을 못 받으니 열매를 기대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중에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을 때, 콩알만한 호박이 달리는 듯싶더니 며칠 못가서 스러져 버리기를 한두 차례. ‘이 무화과나무에서 실과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했던 것처럼 열매 맺지 못하는 이 호박 넝쿨을 학 걷어치워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물도 더 많이 줘보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나 과일 껍데기를 모아 한쪽 켠에 묻어도 줘보면서, 그늘이 많이 가려지는 쪽의 줄기는 방향을 돌려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꿔주기도 해 보았다.

그러면서, 그나마 몇차례 호박 잎을 따다가 저녁상에 올려 된장에 호박잎 쌈을 싸먹으면서, 호박은 못 얻었지만, 도시에서야 호박잎도 한다발씩 묶어 파는데, 이것도 큰 수확이라면서 위안도 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더욱 짙푸르고 넓적한 잎사귀들로 화단 가득히 무성하게 뒤덮힌 호박잎 사이로 노란 호박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여 우리 두 꼬마들의 환호를 듣게 하더니 마침내 어린 아이 주먹만한 호박이 구석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그렇게 흔하게 사먹던 호박이었는데 이깟 작은 호박 하나가 왜 이렇게 신기하게 보이는 것일까? 내 집 마당에 심기워져 줄기에 대롱 대롱 달려있는 호박 하나 하나 모두에게 마음이 쏠렸다.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실과가 열면이거니와.’

앞 마당에 심겨진 호박으로 인해 보게 된 성경 귀절들을 다시금 상기해 보면서, 둔감한 나의 영적 지식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어서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이 구절들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오는 추석에 집안 온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일 때 주먹만한 크기의 땡그런 호박으로 맛난 호박 지짐을 한 접시 가득 부쳐내 놓아보리라 생각하면서 오늘도 따스한 가을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나의 시선은 호박 넝쿨을 따라 망중한을 즐겨본다.

 

(1994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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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