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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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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7. 14:43 횃불/1995년

베다니 마을 이야기

김광주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은 베다니 마을이다. 우리가 자주 모이는 조그만 집 앞에는 가상의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다락방 입구처럼 곧은 층계를 올라가면 그곳에는 각종 병든 여인들이 모이곤 한다.

머리카락이 길거나 짧거나, 얼굴에 주름살이 많거나 적거나 누구나 마음에는 몇 가지 병들이 있지 않은가?

자아상이 나빠서 계속적으로 남에게서 인정 받으려고 애쓰는 사람, 입맛이 없어 자꾸 야위는 사람, 남편이 성격이 거칠고 화를 잘 내서 마음 고통이 심한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부드러운 말이라고는 한번도 못 들어 봤기 때문에 큰소리 질러야 겨우 깨달아지는 사람, 10대가 된 자녀가 부모 말에 순종치 않아 그 아이 생각만 하면 심장이 내려앉는 사람,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까지 덮쳐 시장에 가면 물건을 집었다 놓았다 하며 과감하게 결정짓지 못해 소심증으로 시달리는 사람, 30년 전 남편이 딴 여자에게 잠시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원한에 짓눌려 있는 사람, 입덧이 너무 심해 꿈속에서 통영김밥 먹느라고 일부러 잠을 늦게 깨는 사람, 살아오다 고통의 방망이로 얻어맞고 멍든 사람들이 함께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의 강물이 가슴 적시는 그런 동네이기도 하다.

 

머리긴 젊은 여인이 세상풍파도 많이 겪지 않았는데 이런 말 할 때는 나이든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다.

남편을 아내의 품에서 쉬게 해주어야지요. 이 세상에 쉴 곳이 어디 있어요.”

그 말 맞아요. 우리 가슴에 침이 돋아 있어서 가까이 오지 못하고 허구헌날 TV 앞과 신문과 술집으로 피신 가는지도 몰라요.”

그 침 돋게 만든 장본인들이 누군데요.”

바보 온달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평강공주의 지혜와 사랑 때문이 아니었겠어요.”

그 공주도 미련한 남편 때문에 무던히 속 안썩혔겠어요?”

복장 터지는 일이 한두 번이었겠어요. 몰래 울기도 많이 했을 거예요.”

나는 그동안 바보를 더 바보로 만들어 버렸네요.”

부끄러운 농담으로 얼버무리면서 서로 지난날의 잘못을 돌아보고 배운다

 

머리긴 젊은 여인 집에는 물건이 많지 않아서 항상 깨끗하고 못가진 사람을 주눅들지 않게 해준다.

옷장에는 남편과 아이들의 옷이 가지런히 개켜져 있고, 부엌은 청결하다.

낡은 쇼파에는 일 다녀온 남편이 마음대로 벌렁 드러누워 쉴 수 있도록 베개가 놓여있다.

아이들 마실 쥬스는 냉장고에 항상 준비되어 있고, 개구장이들은 깔깔대며 뛰어다니고, 무엇보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이리와 푹 쉬셔요. 우리 집은 천국처럼 편안하잖아요라고 말해준다. 화평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한 그녀의 지혜는 어디로부터 난 것일까?

당신 심장은 내 것과 다르네요.”

, 전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거든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린다.

내 것은 너무 너무 더럽고 나오는 것은 교만과 이기심 밖에 없어서 주위 사람들을 참 아프게 만들었거든요.

좋게 해보려고 아무리 애써도 잘 되질 않았어요.

저는 새 심장이 필요했어요.”

어디서 구했나요? 수술하는데 돈 많이 들었나요?”

아뇨, 공짜예요.”

공짜요?”

베다니 마을의 여자들은 인간에게 새 심장을 나눠주시기 위해 수억만 조각으로 터져버 린 아무 죄없으신 심장기증자의 발에 마음의 향유를 붓는다. 서로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아픔이 다른 사람의 상처난 부분을 위로해 준다

눈물 자국 난 얼굴을 씻고 나면 남편들이 오고 한가지씩 가지고 온 각종 나물에다 고추장 넣고 참기름을 조금 부어 밥비벼서 오징어국 국물과 함께 먹으면 참 맛이 있다.

다락방을 내려와 가상의 무화과 나무 밑을 걸어나오면 저만치 베다니 마을을 환히 비추는 밝은 달이 걸려 있다.

안녕히 가세요.”

서로 서로 인사를 나누면 나그네처럼 잠시 살다 갈 이 땅이 그리 쓸쓸하게 보이지 않는다.

 

(1995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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