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징검 다리
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theWord Bible Software

Category

2014. 9. 23. 17:01 횃불/1998년

그리스도를 만난 윌리(7)

N. I. 살로프-아스타코프 지음

7장 몰아닥친 폭풍

그러한 평화도 다만 일시적으로 그친 폭풍에 불과했습니다. 윌리의 의지를 꺾을 방법이 없자, 윌리의 아버지는 최후의 충격적인 방법을 강구하였습니다. 그의 아내와 의논한 후, 그는 한번 더 사제를 찾아가, 더욱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충고를 구했습니다.

신부 알렉세이는 그의 신도가 어둡고 슬픈 기색을 보이며 찾아오자 감탄하며 말하기를 그래, 그레고리, 내가 보기엔 자네 아들에 대한 내 충고가 완전히 헛수고였던 것 같군. 그애는 이제 완전한 슈툰디스트가 되었다고 들었어. 타락하고, 타락한 시대야!”

사제는 더욱 심한 냉소를 띄우며 말했습니다.

혹시 자네도 슈툰디스트가 되어 거룩한 카톨릭 신앙을 떠나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더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 그레고리, 그레고리, 내가 자네 영혼을 구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이렇게 헛수고가 되어 자네 집에 이단이 뿌리를 내리다니! 그런 일이 생길줄은 생각도 못했네. 한번도!”

사제가 사제모를 우울하게 주무르고 있는 동안 그레고리는 문가에 서서 비참한 마음으로 사제 알렉세이의 그 의로운 노염을 통감하였습니다.

, 제발 부탁이예요. 존경하는 신부님.” 그레고리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대책없는 제 아들을 막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절대로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거예요. 저처럼 강건한 영혼은 도저히 그런 이단에 빠지지 않을거예요. 신부님께서 믿으시는 것이라면 저도 믿죠! 왜 내가 슈툰디스트를 그토록 싫어하는데요! 언젠가 그놈들이 모여 있는 걸 봤을 때는 출구를 다 봉한 다음, 불을 지르고 싶었어요. 죽어서 영원한 지옥불에 떨어질 것이 아니라, 살아서 불에 타 죽으라고요. 법이 무서워서 그걸 못했죠. 알렉세이 신부님, 제가 얼마나 화가 치밀었는지 신부님께서는 아마 모르실거예요.”

그레고리가 그 단단한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치자 사제의 노여움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듯 보였습니다.

, , 그레고리.” 사제는 한결 더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네가 했던 생각은 정말 대단해. 그래, 그 부분은 높이 사지. 왜냐하면 그런 생각은 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니까!”

놀라운 사실은 사제가 그와 같이 불경스러운 거짓을 말하면서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하기를 우리 교회를 지키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해. 과거 서방 제국에선 이단들을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기도 했어. 우리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슈툰디스트에 대한 내 마지막 고발문을 받고도 아무 응답이 없어. 그렇다면 종교 단체에 고발해야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신부는 그레고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그레고리, 다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크게 말하게! 솔직히 내가 좀 성급해서 자네 얘기를 중도에서 끊은 것 같네. 거리낌없이 다 얘기해 보게!”

존경하는 신부님, 신부님의 충고와 도움과 기도를 구하려고 왔어요. 저를 박대마시고, 용서해 주시고, 도와 주세요.” 농부는 거의 울 것 같이 사정했습니다.

두 시간정도 사제와 그레고리는 밀담을 가졌는데, 어떤 자비심도 공의심도 없이 마치 어둠의 두 자식들처럼, 아주 잔인하고 혐오스런 음모였습니다.

화창한 칠월의 어느 날, 서쪽 하늘에서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어둠은 온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듯 내렸고 윌리는 바깥에서 저녁 일을 마치고 저무는 하루를 사랑스런 눈길로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진홍빛으로 물든 하늘은 별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는 간소한 저녁을 먹기 위해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쳤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이웃집 아들 둘이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윌리의 어머니는 의문의 눈길을 그녀의 남편에게 보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녀는 그들이 집에 온 목적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들에 대한 미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로서의 본능 때문에 차마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일만은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자리를 뜨는 것을 본 윌리는 놀란 눈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쳐다 보았는데 어둡고 은밀하며 무자비한 얼굴을 볼 때, 싸늘한 공포감은 그를 엄청난 충격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윌리가 힘없이 접혔던 무릎을 펴고 어머니를 따라 나가려고 하는 순간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윌리를 막으며 나섰고, 그의 손에는 두 개의 끔찍한 가죽끈이 있었고, 그것은 새로 막 엮어서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거센 손이 윌리의 팔을 잡고, 탁하고 성난 목소리로 그의 귓전에 야유를 퍼붓자 방안은 더욱 어두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슈툰데파에서 나올래? 안 나올래? 안 나오면 죽어, 왜냐하면 난 더 이상 그 꼴은 못보니까!”

윌리는 아버지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 오들오들 몸을 떨며, 눈물을 글썽인 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대답하였습니다.

하시고 싶으신대로 하세요. 그래도 저는 예수님을 떠날 수 없어요.”

슈툰데파에서 안 나올래?”‘

! 그렇다면 벌을 받아야지.”

성난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더니 둔직한 손으로 윌리의 황갈색 곱슬머리 위를 내리쳤습니다. 모든 것이 어찔어찔했습니다. 윌리의 눈에 무수한 붉은 불빛이 어렸고, 마치 뽑혀진 갈대처럼, 그는 마루 바닥 위에 쓰러졌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윌리에게 덤벼들어 그의 옷을 찢고, 한 사람은 윌리의 머리에, 또 한 사람은 윌리의 발에 올라탄 채, 각기 가죽끈을 들고서, 떨고 있는 윌리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습니다. 몰매의 비가 내렸습니다.

그 밤, 그들은 아주 가혹하게, 공기를 휙휙 가르며, 떨고 있는 윌리의 벌거벗은 하얀 등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검게 부르튼 상처 자국을 남겨 놓았는데,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얼마동안, 고통하는 윌리의 낮은 신음 소리가 온 방에 울려 퍼지다가 갑자기 그쳤습니다. 피멍이 든 윌리의 몸이 계속되는 몰매를 맞으면서도 더 이상 꼼짝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하면 됐어, 이봐들, 됐어. 잘하면 사람 하나 죽이겠어.”

마침내 누군가 먼저 그렇게 말했습니다.

움직이질 않아. 어쩌면 우리가 벌을 받게 될지도 몰라!”

몰매는 그쳤습니다. 비참해진 시골 농부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쳐다보았는데, 딱딱하게 굳어 바닥에 누워 있는 그 어린 희생자를 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심각한 우려의 빛이 감돌았습니다.

찬물 한 양동이만 갖다 부어.”

아버지의 거친 목소리였습니다.

갑작스런 찬물 세례를 받자, 윌리의 의식은 순식간에 돌아왔고, 고통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그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다시 온 방을 신음 소리로 가득 채웠습니다.

슈툰디스트의 영혼이 아직 멀쩡하군.”

다시 거친 아버지의 목소리였는데, 악마적인 유머마저 내포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당은 침울하게 아무말도 안하더니 그 희생자로부터 떨어져 식탁 주위에 앉았습니다.

삼십 분쯤 지난 후,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못한 채, 거의 서지도 못하는 그리스도의 어린 수난자 윌리는 타는 듯 고통스런 그 몸으로 발길에 채여 길바닥에 내쫓겼고, 아버지의 집 문은 그가 보는 앞에서 닫히고 말았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1998 4월호)

 

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