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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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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 09:49 횃불/1993년

고추가루

계 경 자

 

이웃에 사는 자매님 댁에 놀러 갔더니, 지난 추석 시골에 있는 시댁에 다녀올 때 가져온 것이라며 곱게 빻은 고추가루를 큰 봉지 가득히 담아 주셨다

받아온 햇 고추가루를 김장 때 쓰려고 잘 싸서 보관하려다 냉동실에 넣어둔 묵은 고추가루가 생각나 꺼내 보았다. 아직은 한참 동안 먹을만한 분량이 남아있다. 지난 해 이맘 때, 주님께서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주신 고추가루다. 나는 혼자 그때 일을 회상하며 고추가루로 인해 배운 말씀을 다시금 묵상해 본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6:38)

 

옆집 아주머니한테서 달랑무 한아름을 건네 받았다. 지방에 다녀오신 그의 남편이 고향 친구에게서 얻어오셨으나, 너무 많아 손질하기도 힘들고 해서 한 봉지는 나에게 맛있게 버무려 먹어보라며 주셨다. 족히 대 여섯단은 될 것 같았다. 실은 나도 김장 전이라며칠 전에 총각 김치를 꽤 여러 단 담았으니 또 담아야 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냥 주겠다는데, 거절할 일도 없지 않은가!

나는 누가 뭘 주겠다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특별히 그 물건이 내게 있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면 받아둔다. 그랬다가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사람이 눈에 띨 때 그에게 주면 되니까, 나를 통해서 전해 주라고 주님께서 나에게 잠깐 맡겨 두시는 것으로 여기고 일단은 받아두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그날도 나에게는 당장 필요치 않은 달랑무 한아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토요일은 남편이 쉬는 날이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김치 담는 일은 안한다. 더우기 다음날은 일요일이니 주님께 예배드리는 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토요일에는 무리하여 힘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통례인데, 그날은 달랐다. 예상치 않았던 김치 거리를 받아 다듬는 일로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총각 김치는 다듬는데도 손이 많이 갈뿐 아니라, 양념도 많이 드는데, 괜한 것을 받았나. 우리 집에는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할까? 곧 김장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추가루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고추가루로는 어림도 없으니····

생각 끝에, 이 김치거리는 깨끗이 다듬어 절였다가 이따 오후에 우리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있는 한 성도 가정에 전해 주면, 그 자매님이 그 집 식구들의 입맛에 따라 양념을 해서 먹으면 되겠다고 혼자 결정을 내리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뒷정리를 하고 김치거리를 절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오후에 우리 집에 오시기로 했던 그분들이 너무 바빠서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

그 부부는 두 사람 모두 굉장히 바쁘게 생활하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김치 허리를 다듬어 절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는 수 없이 저녁 늦게 다 절여진 김치 거리를 뒤적이다 보니, 이것을 그냥 둘 수는 없고 담아둘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김치에 들어갈 양념을 여러가지 다 꺼내 보았다. 다른 것은 모두 넉넉한데 고추가루가 문제였다. 이 김치를 담는데 필요한 만큼 다 넣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래도 어차피 김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추가루가 필요한건데 한 움큼을 들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변변찮게 느껴졌다.

그래, 김장 때 필요한 고추가루는 다음달 월급을 탈 때 사면 되지라고 생각하고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 쓰기로 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토요일 밤 늦은 시간까지 김치 담는 일을 계속했다. 다 버무려진 김치를 김치통에 넣고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며칠 후, 그 성도 부부가 우리 집에 다니러 왔을 때, 나는 그 김치통을 전해 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입에 재갈을 씌웠어야 했는데, 나는 내가 이 김치를 얼마나 애써 담았는지를 수다스레 얘기하면서 덧붙여 고추가루 값은 나중에 계산하자구라고 얘기하고 말았다. 물론 농담이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분들이기에 오해 없이 들어 주었겠지만 내 입에서 나간 괜한 말로 인해 내 마음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고추가루!

그 해 여름 고추가루 값이 꽤 비쌌었다. 물론 초가을에 값이 예년 만큼 내려가긴 했으나, 형편이 만만치 못해서 김장철이 다되었건만 그때까지 고추를 사지 못했었다. 그래서 고추가루에 대한 애착이 더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기왕에 김치를 선물로 줄 바에야 고추가루 값을 운운하다니, 생각할수록 속 좁은 내 모습에 며칠을 속상해하며 지났다.

 

마침, 쌀쌀해지는 날씨에 한집 두집 배추를 사들이더니 김장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곧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너무 이른 느낌도 있고, 월급날도 기다려야 했기에 서둘러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웃에 사시는 자매님께서 김장을 하신다고 해서 도와드릴 양으로 갔더니 자매님께서는 김치 속이 많이 남았으니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오늘 배추를 사다 절여 남은 속을 사용해서 얼른 김장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김치 속이야 두고두고 잡수셔도 되고 또 달리 사용하실 수도 있으실텐데, 내가 너무 궁색함을 보여 자매님 마음에 염려를 끼쳐 드린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했지만, 주님 안에서의 성도의 귀한 사랑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왔다.

그날로 배추와 무우를 사다 절였다. 양념은 달리 더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가장 좋은 양념들로 버무려져 있었으니 무나 좀더 채쳐 넣고는, 전에 총각김치를 담고 조금 남겨 두었던 고추가루를 모두 털어 넣었더니 훌륭하고 넉넉한 김치 속이 되었다. 내가 결혼하여 지금껏 몇 회에 걸쳐 김장을 담아보았지만 올해처럼 고추가루를 조금 넣고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디 고추가루 뿐이랴. 다른 모든 양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장을 거저한 셈이었다.

그날, 김장을 끝내고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총각김치 담아주고 했던 나의 얘길 주님께서 들으시고는 너 고추가루 값 얘기했니? 여기 있다. 그 고추가루 값 내가 계산해 주마하신 것 같았다.

그런데 또 며칠이 지난 후였다.

어느 자매님이 지방에서 일하고 계신 남편을 통해 고추가루를 싸게 살수 있는데 김장 전이면 고추를 사겠느냐고 물어왔다.

나의 대답이 김장은 이미 했지만, 고추가루는 없으니 10근은 사야겠는걸요했다. 그랬더니 그 자매님을 통해 시중에서의 반값도 안되게 고추 10근이 전해왔다.

이제 김장이 끝난 터에 고추가루를 더 쓸 일이 거의 없어 그냥 그대로 빻아 통 가득히 담긴 고추가루를 보면서 나는 한 말씀을 떠올려본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6:38).

 

(1993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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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