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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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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26. 11:13 횃불/1993년

우리 엄만 안 그럴텐데····

계경자

 

요즈음 젊은 사람들 다 잘해요. 어느 모로 보나 우리 세대들보다 더 낫지요. 잘·해요. 그런데, 한가지 자기 남편에게 찬밥을 주는 것이나 라면을 끊여 주는 것, 나는 이것은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쩌다 찬밥을 먹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라면을 먹을 수도 있지요. 헌데, 번번히 그렇게 하게 된다면···· 그래서 저는 제 아들이 아직은 고등학생이지만 미리 얘기해 두었지요. 「네가 후에 결혼하게 되면 네 색시한테 꼭 한가지만 가르쳐야 했다」라구요. 그랬더니 아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장가도 가기 전부터 며느리 시집살이 시킬 연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뭘 가르치실 건데요?」하며 퉁명스레 묻지 않겠어요. 그래서 전 분명하게 대답했지요. 「언제나 따끈한 밥에 정성껏 맛있는 반찬을 준비해 식구들이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주부의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칠 거다」라고요. 정말 요즈음 사람들은 다 잘해요. 그런데 왜 사랑하는 식구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제 시간에 해 주는 일을 귀찮은 일로 여기고 하지 않으려 하는지····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이 일을 왜 소홀히 하는 걸까요?”

어느 자매님과 고부간의 문제에 대해 얘길 나누다가 듣게 된 한 말씀이다. 나는 그 자매님이 아직은 자녀들을 출가시키지 않은 분이라 어느 면에서는 며느리 입장에서 한 말씀 편들어 주시려나 기대했는데, 물론 요즈음 젊은 사람들을 칭찬하시면서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채워주셨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호된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 들었다.

그 자매님의 말씀은 계속되었다.

자매님도 아이들을 키워보셔서 잘 아실 거예요.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어떤 것을 먹이나요? 가장 좋은 것으로 먹이잖아요. 내가 안 먹더라도 자식 입에는 가장 영양가 있는 것, 가장 몸에 좋은 것으로 골라 넣어 주려는게 부모의 심정이잖아요. 그렇게 키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내 품에서 떠나 보냈는데, 성의없게 차려진 찬밥이나 라면을 먹는다면, 난 그것은 못 참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것만은 확실하게 가르쳐야겠다는 것이지요.” 하셨다.

그 자매님과 헤어진 후에도 내 귀에는 계속해서 그 자매님의 얘기가 들려왔다. 생각해보니 옛 사람들도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디 그 뿐이라. 주님께서도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라시며 비록 악할지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으로 주려 하는 그 부모의 심정을 대변해 주시면서 어떻게 우리 에 게 좋은 것 주시기를 원하시는가를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러고 보니 어미된 초년생으로 지금껏 깊이 생각지 못했던 한 부분이 가슴이 저리도록 느껴졌다.

 

, 너 이 밥솥에 밥 잔뜩 했다가 얘 누런밥 주려는 건 아니겠지?”

결혼 2년이 채 안되어 분가하려고 짐을 꾸리며 전기 밥솥을 챙겨 넣을 때 시어머님께서 넌즈시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움찔했다.

그 밥솥은 결혼할 때 우리 내외를 아끼며 늘 곁에서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몇 분들이 정성을 모아 사주신 것이었다 그런데 그 동안은 다른 솥을 써 왔던터라 그 전기밥솥은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머님께서는 찬밥은 물론 전기밥통에 오래 두어서 누렇게 변한 밥은 맛이 없다시며 그때 그때 따뜻한 밥을 해 먹자고 하셨고, 손님이 오시더라도 꼭 따뜻한 밥으로 대접해 드려야 한다시며 갓 시집와 집안 일에는 서툴러 언제나 간단히 얼렁뚱땅 해버리려는 철없는 며느리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솔직한 심정은 그 밥솥을 선물한 분들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즐겨 자주 사용하고 싶었다. 또 있다. ‘이것을 사용하면 여러 면에 편리 할텐데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분가하는 날 어머님은 내 마음을 미리 아셨던지 한 말씀을 건네신 것이었다.

나는 서울로 이사를 온 후 오랫동안 그 전기 밥솥을 포장에서 풀 수가 없었다. 그 솥에다 밥을 하다 보면 분명 많이 해서 두고 묵으려는 유혹을 받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어머님께서 우려하신 대로 누렇게 변색된 밥을 남편에게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기에 자신이 없었다. 나는 전기 밥솥을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리고 그때,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결혼인가? 라고 생각되는 유쾌하지 못한 나의 답답한 질문도 같이 싸묻어  두었드랬다.

그런데, 해 묵은 나의 고민에 답이 던져졌다. 사랑이었다. 어미의 사랑, 나는 그동안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한 자매님과의 대화에 나의 묵은 고민이 끌어내어졌고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주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얻게 하셨는고 우리가 그러하도다고 어떠한 사랑인가! 외친 그 외침에 나는 동정이 되었다.

결혼 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

어느 형제님이 저녁 집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린 아이들 때문에 함께 교회에 가지 못했던 자매님은 집에 계셨다. 그 자매님은 남편을 맞으며 저녁 식사하셨어요?” 묻더란다.

퇴근 후, 집에 들를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간단히 분식으로 저녁을 대신한 터라, “응 먹었어라고 대답은 했어도 내심은 조금 더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셨다. 그런데 더 물어보지 않고 잠자리로 드는 아내를 따라 자리에 누우면서 했던 생각은 우리 엄만 안그랬을텐데, 우리 엄마 같으면 먹었다고 해도 밖에서 먹은 게 뭐 변변한 게 있겠니하고 더 먹으라고 차려 주셨을 텐데····하셨다고 했다.

퇴근 후에 다 차려진 밥상이 늘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내게 그 얘기는 의아한

생각을 던져 주었다. 나는 그때 결혼 전이었으니까. 그런데 결혼 후,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가끔 그 얘기가 생각났다. 하루 종일 별스럽지 않은 일들에 싸여 헤어나지 못한 채 지친 주부의 과중한 업무가 힘에 겹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러니 그 때 그 자매님의 의아했던 태도는 내게 있어서도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떠한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고 졸려도 자기 자식에 대한 필요에 대해서는 변명이 없지 않은가! 모든 요구에 어미로서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려는 이 마음! 특히 매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이려고 하는 어미의 본성, 귀찮다고, 힘들다고, 어떻게 이 일을 포기할 수 있을까!

주님께서도 승천하시기 전 수제자인 베드로에게 부탁하신 가장 큰 임무는 내 양을 먹이라셨다. 물론 이것이 영적인 양식임을 모르는 이 없겠으나, 영육간에 먹는 일은 모든 활동의 기본이 아닌가. 그러니 충성되고 지혜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뇨라신 주님의 심정이 작게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청지기의 삶으로 배운 적이 있다. 청지기 중에 먹을 양식을 나눠 주는 주부의 임무야말로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주부로서의 나의 역할에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199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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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