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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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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30. 09:12 횃불/1993년

단 풍

계 경 자

남편의 출근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문에 나와 서서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부터 잘 알고 지냈으나 요즈음은 서로 각자의 생활에 바빠 통 소식도 주고받지 못한채 지내온 어느 나이 많은 노처녀의 전화였다. 그녀의 나이 서른이 훨씬 넘었으니 통념적으로 노처녀라 표현해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는 오늘 아침 출근 길에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 때문에 올해도 이렇게 혼자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서글퍼졌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의 그러한 기분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서른 셋에야 결혼할 수 있었던 노처녀였었으니까. 그 자매도 내가 자기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했겠지. 그래서 맞장구를 치면서 긴 통화를 했다.

한잎 두잎, 가로수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왠지 마음부터 쓸쓸해 오고, 올해도 무언가 주님 안에서 이루고픈 꿈이 있었기에, 하루 하루는 나름대로 충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제는 한 장 밖에 남아있지 않은 달력만큼이나 얇아져 버린 기대감!

스산해진 늦가을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긴 목을 움츠리면서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텅빈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고독감! 어디 그 노처녀의 심정 뿐일까만은, 모든 이들이 느끼는 절대고독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라고 하신대로 창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처녀 총각들의 자연스런 반응일텐데, 많아진 나이로 고독을 흡수하기가 더 쉬운 탓이겠지.

그런 고독 속에서도, 예쁘게 물들어가는 초가을의 단풍들을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어서 한두잎 따 모아 정성껏 책갈피에 끼워 넣듯이, 우린 생활 속에서 단풍진 잎새들을 마음 깊이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다.

결혼!

사람은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후회하게 되는 결혼임에도 모든 젊은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결혼으로 귀착되고 있지 않는가, 믿지 않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믿는 사람들조차도 쉽게 하는 말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일테지만 그러나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재창조된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결혼 생활이든 독신생활이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더욱 의미 있고 더욱 풍성하고 더욱 멋진 삶으로 바뀌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늦어진 결혼에 있어서. 하나님 앞에서의 모든 기다림의 시간들이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임이 잊혀지고, 성급히 서둘러 목적을 이루려는 현대의 조급한 마음은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보다 나의 뜻을 이루기에 급급해져 결과적으로 후회하는 결혼을 하게 되어 버리는지.

언제 결혼하실 것입니까?”

올해를 넘기진 않으셔야죠?”

국수는 언제 먹게 되나요?”

왜 결혼을 안하셨어요?”

눈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요?”

수준을 낮추세요.”

어떤 이상형을 찾으시는지요?”

그 옛날 리브가를 보세요. 리브가처럼 중매인이 배우자를 소개해 주면, 예 오늘 가겠나이다라고 결정하세요, 명주 고르려다 삼베 고르게 될걸요.”

너무 특별나서 시집을 못 간 거예요. 조용히 얌전하게 믿음 생활을 잘한 자매들은 다 결혼 했잖아요. 너무 유별나게 잘 난 척 하는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해요. 너무 강하면 접근이 어렵지요.” 등등

주변의 이웃들로부터 무심코 던져졌던 한마디 말로 속상해했던 일이며, 동생들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친척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던 일, 주변의 친구들이 다 결혼하여 혼자만 남아있는 것처럼 생각되어져 더더욱 허전하게 느껴졌던 일, 본인으로서는 벽 의미 없이 한마디 던진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이웃들로부터 받게 되었던 오해····.

지나간 일들임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로 젖어 들다 보니 나의 마음조차도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 커피를 큰 컵 가득히 타다가 책상에 놓고 앉았다. 아침 설거지나 쌓인 빨래는 밀어둔 채,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결혼 전 언젠가도 어느 노처녀 자매와 차를 나누며 함께 했던 시간이 생각나 혼자 빙그레 웃어본다.

그는 나보다도 두 세살 더 나이가 많았다. 나이가 많아진 노처녀들이 거의 경험하듯, 이 자매도 여기 저기서 중매인들이 소개해 오는 청년들을 자기와 같은 신앙인이 아니기에 교제를 시작할 수 없노라고 첫만남조차도 거절하곤 했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여러 가족들과 특별히 부모님의 권유를 뿌리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러 고비를 겪으면서도 주님의 말씀은 그에게 힘과 격려와 위로를 주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님의 환갑이 가까워오자 그의 부모님과 식구들은 환갑 잔치에 함께 참석할 신랑감이 없다며 공공연하게 섭섭한 마음을 얘기하곤 했다. 그 자매는 자기의 늦어진 결혼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님께 심려를 끼쳐드림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식구들이 소개해 주는 어느 청년을 만났다. 식구들의 권유에 의해서 믿지 않는 청년을 만나기는 했으나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소망에 대해서 열심히 그 청년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믿도록 조심스레 권유해 보았다. 다행히 그 청년은 매우 신사적이어서 몇 번 만나는 동안 정이 들게 했지만, 그러나 신앙에 관한 얘기만큼은 전혀 양보 없어, ‘종교는 자유지요. 내게 신앙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나도 당신의 신앙에 관여하지 않을테니까요. 우리 다른 얘기나 합시다하며 늘 화제를 돌리곤 했다. 그는 기왕에 만난 사람이니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몇 번 만났으나 나이 찬 처녀총각이 자주 만나니까 양가 식구들은 결혼을 서두르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본인도 그 청년을 생각해 볼 때 신앙심이 없는 것 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조용한 시간이 되었을 때, 그의 마음에 큰 외침이 있었다.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간이 하지 말라”(고후 6:14).

그렇지만, 그러한 외침에 치를 막으며 이 나이에 이만한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하고든 빨리 결혼하는 것이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길이고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각들은 자매를 번민하게 만들었고, 잠을 이룰 수 없게까지 했다.

여러 날을 괴로워하는 중 어느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머리 속에 한 귀절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의 계명을 가지고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 14:21).

언제나 주님을 사랑한다고 했던 자신의 고백에 도전을 주는 말씀이었다. 자신의 고백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는지 행동 결정의 순간이었다.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사 저를 위하여 죽으신 것을 제가 믿기에 저도 주님을 사랑하여 저의 주인으로 모셨습니다. 이제 저의 이 사랑의 고백이 진실임을 드러낼 때가 되었는데 저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그는 다음 날 그 청년을 만났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절교를 선언했다.

결국, 그는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떨어져 쌓인 낙엽 위를 걸으며 아픈 마음을 다시금 주님께 아뢰어야 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의 계명을 지키려고 내린 결정입니다. 주님께서 이제 후로 제 길을 인도하시고, 저의 마음을 위로해 주옵소서. 저를 당신의 사랑하심을 입은 자로 부끄럽지 않게 세워주옵소서.”

그날, 그의 용기있는 결정을 들으며, 우린 다 식어버린 차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하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떨어지는 낙엽이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낙엽 자체가 아름다웠고, 그 낙엽으로 인해 내일이 있음을 우린 분명히 알았으니까. 이제, 그 옛날처럼 다 식어버린 마지막 한 모금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창밖을 내어다 본다. 빈 잔을 감싸쥐고 있는 두 손바닥 안으로 아직도 채 식지 않은 커피 잔에 남은 온기가 나의 몸 전체로 전해진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단풍 잎새들이 여전히 가지가지마다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틈사이로 그때 그 아름다운 용기의 주인공 그 자매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도 어디메에서 이미 주님의 사랑하심을 입은 자이기에 주님을 더 많이 사랑하는 자매로, 이제는 중년의 문턱에서 주님을 더 많이 배워 닮은 중후한 멋을 지닌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을테지,

빈 커피잔을 들고 일어서면서 한 찬송가 가사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주님의 시간에 그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하루하루 살동안 주님 인도하시리

주 뜻 이룰 때까지 기다려.

 

기다려 그때를 그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주의 뜻 이뤄질 때 우리들의 모든 것

아름답게 변하리 기다려.

 

(1993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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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징검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