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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__________ 신앙상담은 asan19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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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3. 10:46 횃불/1994년

새 계명

계 경 자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13:34,35).

언젠가 청년들이 우리 집에 모여서 교제하던 날이었다. 남편은 우리 아이들의 철없이 토닥거리며 자주 다투는 얘기를 하다가 이 말씀을 들어 '주님께서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신 것은 형제간에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르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한 자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무렴 그렇게 단순한 말씀일까요. 뭔가 더 깊은 뜻이 있겠지요라고 응수 했었다.

그 자매의 말처럼 서로 사랑하라신 데에는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넓은 뜻이 숨겨 있겠지만, 두 아이를 키워오면서 그렇게 가장 단순하게 여겨지는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 잘 실천되어지지 않는 일임을 알았기에 남편은 내심 숙연한 마음으로 말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다툼이란 창세 이래로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형제간의 다툼은 가인과 아벨로부터 시작하여 야곱과 에서 그리고 요셉의 형제들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어느 분은 형제 간의 다툼을 분석하여 여러가지 원인 규명을 해가며 설명해 보려 하지만, 우리 인간의 죄인된 악한 본성 외에 그 어떤 장황한 설명이 필요할는지.

우리 집 두 꼬마들은 두 아이 중 한 명이 외출하여 집에 없으면 남은 한 녀석은 심심하여 어쩔 줄 몰라 한다. 특히 올해 들어 큰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어서 작은아이는 오전 내내 언니가 돌아오기를 말 그대로 학수고대한다. 언니가 돌아오면 동화책도 같이 읽고, 그네도 같이 뛰고, 인형놀이도 같이 하고, 블럭도 같이 쌓고····

이렇게 즐겁게 함께할 놀이들을 생각하면서 들뜬 기분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리지만, 언니가 집에 도착한 후면, 반갑고 기뻐하기는 잠시 뿐이다. 남편표현대로 '전쟁과 평화'의 극적인 분위기 반전이 벌어진다. '5분의 평화, 그리고 기나긴 전쟁.' 함께 읽겠다고 들고 다니던 동화책도 내가 먼저 맡았으니 내가 먼저 읽어야 할 것이고, 함께 타겠다던 그네도 내가 더 많이 타야 할 것이고, 함께 가지고 놀겠다던 인형들도 내가 더 예쁜 옷을 입히고 더 많이 가지고 놀아야겠다고, 함께 쌓겠다던 블럭도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 고집대로 쌓고 싶어서 왈가닥달가닥 요란스러워진다. 물론 형만한 아우 없다고 언니가 자주 양보하고, 또 동생도 생색내기 위한 마음으로 배운 이론에 맞추어 가끔 뒤로 물러서 주지만, 언니는 언니니까, 또 동생은 동생이기 때문에 더 더 더 많은 것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몇 해 전이었다.

이런 일들은 늘상 일어나는 일들인만큼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즈음 다섯, 여섯살이었던 우리 두 아이들은 그들대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열중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자율적 전인교육의 이론에 의해 유치원에 보내지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 하루 종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다행스럽게도 연년생이라 나이 차가 없어서 언니 동생이 무궁무진한 놀이감들을 찾아 그들 수준에 맞춰서 신나게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그날도 여러놀이 중의 하나로 크고 작은 인형들과 그 인형에게 입힐 옷들, 감쌀수건, 인형 이불, 베개, 인형 집, 여러가지 소꿉놀이감 등 많은 장난감들을 늘어놓고는 네 것과 내 것을 나누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면, 사이좋게 잘 나누어가지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더 많은 경우 언니보다 동생이 동생보다 언니가 하면서 서로 더 예쁘고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이제나 다름없이 싸움이 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번번히 어른들이 그 싸움에 끼어들다 보면 아이들의 자발적인 협동심이나 독립심은 결여된 채 의타심만 길러질까 조심스러워 될 수 있는 대로 둘이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둬보지만, 결국 그들은 문제를 가지고 우리들에게 명판결을 의뢰해 왔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무언가 서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아이들의 재판장이 되어 두 아이로부터 차례로 일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아이들은 역시 입을 삐죽이고 목에 힘을 줘가면서 서로 자기 자신을 변호하기에 바빴고, 그래서 결론은 서로 상대방이 더 많이 잘못을 했노라는 얘기였다. 아이들의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날 즈음에, 아빠는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물었다.

얘들아, 이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빠의 질문에 아이들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지금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을 서로 가지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아빠가 좋아하는 것이라니? 그러나 아빠의 뜻밖의 질문으로 인해 아이들은 곧 잠잠해졌다.

아빠가 원하는 것!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것!

재잘거리던 입은 다물어졌고 초롱초롱히 빛나는 눈망울은 아빠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다시금 아빠가 물었다.

얘들아, 아빠가 전에 너희들에게 너희들이 서로 어떻게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지?”

아이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들이 처해진 상황과 함께 아빠의 질문이 이해되었던지 서로 사랑하고 양보하는 것이라고요라고 기어들어가는 쪼끄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서로 상대방을 송사할 때는 그렇게 크고 우렁차던 목소리가).

그래. 그러면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너희들이 어떻게 해야 이 아빠와 엄마가 기쁘고 즐거울까?”

아이들은 그제서야 멋적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곧 둘이 손을 잡고 흔들면서 하던 놀이를 계속하기 위해 슬그머니 장난감들이 늘어진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남편은 다시 출근 준비를 서두르며, 그 무렵 번역하고 있던 책의 내용 중 재미있는 부분이 생각난다며 얘길 이었다.

『어느 날 예수님과 함께 자리에 맞은 제자들이 주님께 주님! 저희들이 행해야 할 계명을 말씀해 주십시오했다. 제자들의 요청에 주님께서는 나즉한 목소리로 너희들은 서로 사랑하여라고 하셨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다시금 제자들이 한적한 곳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배워 행하고 싶어하는 열심있는 제자들은 주님께 주님, 저희에게 계명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때에도 주님께서는 조용히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지난번과 동일한 답변을 들은 제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해 보았으나 주님께서 너무 바쁘고 피곤하셔서 일전에 제자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잊고 또 말씀하셨으려니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 후 또 며칠이 지난 후였다.

제자들은 주님과 자리를 함께 했고, 그때에도 변함없이 제자들의 열심은 주님 저희에 게 계명을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주님의 대답은 역시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이셨다.

그 대답을 들은 제자들 중 성급한 제자가 서둘러 주님, 그 말씀은 전에도 하셨고, 또 그전에도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새 계명을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잠잠히 듣고 계시던 주님께서는 조용히 제자들을 둘러보시며 이제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라고 하셨단다.

성경에서 듣게 되었던 말씀을 있었음직할 사건으로 유추하여 예화로 듣고 보니 이도 느낌이 새로 왔다.

어린 나이의 우리 두 꼬마들에게 이 얘길 얼마나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돌아봤을 때 그들은 여전히 놀이에 열중이었다.

 

그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경우는 조금씩 달랐으나 자주 일어나는 다툼들 속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 형제 사랑이었으므로 이 예화는 그들이 외울 정도로 자주 들려준다 한들 내게는 수고로움이 없고 그들에게는 안전한 것이라 여겨서 기회가 되는대로 반복하여 들려 주려 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13:34,35).

우리가 서로 사랑할지니 이는 너희가 처음부터 들은 소식이라”(요일 3:11).

우리 두 아이들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것 -형제간에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1994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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